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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과 서평/책 읽기

앞으로 100년, 세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20세기가 저물었다. 조짐은 벌써부터 있었다.

​2008년 금융 위기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파산했다. 2018년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으로, 짧게는 1990년 이후의 자유주의적 다자주의 무역 질서가, 길게는 1945년 이후로 75년 동안 지속해 온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가 쇠퇴기를 맞이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은 ‘짧은 평화’라 불리는 미국 단극체제의 지속 불가능을 알리는 일격이다. 더 나아가 달러 공동체 해체나 인터넷 종언을 알리는 위험 신호다.

귀책이야 전적으로 러시아에 있으나, 해외 금융기관에 맡긴 자금 등이 정치적 사태 때문에 한순간 인출 불능이 되거나, 국제 정보 시스템이 접속 불능이 될 수 있다면 누가 그 시스템을 신뢰하겠는가. 다시 체제 선택을 강요당하는 냉전의 시대가 열리는 중이다.

이언 골딘 옥스퍼드대 교수와 로버트 머가 이가라페 연구소 소장의 『앞으로 100년』(권태형 외 옮김, 동아시아, 2021)은 나날이 커지는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에게 ‘미지의 땅’을 안내하는 좋은 길잡이를 제공한다.

지도에 표시된 것은 도로나 지형이 아니라 세계화, 기후, 도시화, 불평등, 폭력, 이주, 고령화 등에 관련한 데이터들이다.

저자들은 수십 년간 축적된 자료와 위성 사진 등을 결합한 지도 100장을 통해 인류의 미래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해준다. ‘지정학’ 지도부터 먼저 펼쳐보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난 75년간 세계 질서를 지탱해 온 많은 동맹과 제도가 점점 빠른 속도로 붕괴하고 있다. 국제 관계는 미국 주도의 단극 체제에서 다극 체제로 전환하는 중이다.”

변화의 중심에는 중국의 강력한 부상, 서유럽의 쇠퇴와 혼란, 독일・러시아・인도・인도네시아・이란・터키 등 지역 강국들의 발흥이 있다.

세계를 다시 분열로 몰아간 주요 원인은 ‘심각한 불평등’이다.

2019년 무역 거래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59%를 차지하는 등 가속적 세계화로 인해 세계의 부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혜택은 극소수에게 돌아갔다.

순자산 1000만 달러 이상의 상위 1%가 전체 부의 약 48%를 보유하고, 최상위 부자 2150명이 전 세계 인구의 60%보다 많은 부를 소유한다.

뉴욕, 도쿄, 런던, 상하이, 서울 등 소수 글로벌 도시들이 세계 경제의 60%를 지배하는 한편, 빈민굴과 판자촌 등 슬럼이 세계를 뒤덮는 등 취약성도 급증하고 있다.

아울러 인공지능 같은 기술 발전은 소수 엘리트에게 부를 몰아주고, 대량 실업 등 다수의 불만을 자극하는 요소로 자리 잡았다.

1980년대 신자유주의 확산 이후, 조직화한 노동의 해체, 느슨해진 사회 안전망, 지속적 공공 투자 부족으로 양극화와 빈부 격차가 너무나 극심해졌기 때문이다.

심각한 불평등이 사회를 훼손하고, 자신이 선택한 정치가가 국민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음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불만이 점차 커지는 중이다.

이에 편승한 신종 포퓰리즘과 반동적 국수주의가 크게 번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지정학적 긴장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심각한 기후 위기, 만연한 폭력, 확산하는 신종 감염병, 급증하는 난민 등까지 중첩돼 인류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지경이다.

현재를 정확히 알아야 미래를 만들 수 있다. 이 책은 최대한 객관적으로 지금 인류가 처해 있는 세계의 실상을 보여 준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들은 말한다.

“지금 시험에 든 것은 불평등한 세상에서 협력하려는 우리의 집단 의지다. 세계화로부터의 후퇴가 아니라 공동의 시련을 극복하려는 더욱 긴밀한 공조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우리 운명은 우리 행동이 결정한다. 더 늦지 않게 약자를 배려하고 돌보며, ‘우리 지구’를 우선순위로 놓는 미래가 우리에겐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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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칼럼입니다.

 

이언 골딘, 로버트 머가, 『앞으로 100년』, 권태형 외 옮김(동아시아,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