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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과 서평/절각획선(切角劃線)

지는 싸움

지는 싸움을 하는 것은 어리석지만, 바로 지기 때문에 싸워야 할 싸움도 있을 것이다.

세상은 약은 일만 할 수는 없다. 지는 싸움마저 없으면 아예 싸움이 없을 것이다.

싸움이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오지냐? (서정인)

작품과 싸운다는 것은 절망적입니다. 하지만 그런데도 그는 그 싸움을 구태여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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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스럽게 부사 사전』(yeondoo, 2021)에 실린 독립 기획자 신이연의 「지는 싸움」에 나오는 말이다.

평생 작품에 매진해 온 노소설가의 삶에 필자가 부친 부사는 ‘굳이’이다.

이 책은 김지은, 신이연, 문광용, 이택광, 이석, 강정화 등 서른 명의 필자가 품사 ‘부사’에 대해 쓴 글을 모아 만든 책이다. 문화평론가, 그림 작가, 북 디자이너, 건축 비평가, 도서관 사서 등 필자 직업도 다채롭다.

별도 고료 없이, 대표와 인연만으로, 이 많은 이들이 출판사 홈페이지에 연재해 주었다니, 그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이 책의 존재처럼, 지는 싸움이 때때로 이기기도 하는데, 그것은 전적으로 인연을 잊지 않는 인간의 마음 덕분이다.

한 편 한 편 읽어서 부사 하나하나를 함께 새기는 맛이 쏠쏠하다.

새로 배운 부사도 하나 있다.

바람만바람만 : 바라 보일 만한 정도로 뒤에 멀리 떨어져 따라가는 모양.

어느새 학교 친구들을 향해서 쏜살같이 달려가는 초등 일학년 아이를 뒤쫓는 엄마 마음을 담았다. 신량의 글이다.

 

『부사스럽게 부사 사전』(yeondoo,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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