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평론과 서평/절각획선(切角劃線)

추첨제 민주주의

추첨은 투표보다 원초적일 뿐만 아니라 더 민주적이다. 

민주주의의 핵심인 임의성이다. 누구나 할 수 있으며, 그 누구도 어떤 누구보다 더 큰 정치적 힘이나 자격이 주어지지 않았다.

또, 민주주의의 핵심은 교체 가능성이다. 위정자를 바꿀 수 있고, 제도를 바꿀 수 있고, 해석을 바꿀 수 있다. 
민주주의의 원류 고대 그리스에서는 국정 운영을 맡을 시민들을 추첨제로 뽑았다. 현대 미국 연방 법원의 배심원도 추첨으로 뽑힌다. 

자크 랑시에르는 민주주의와 대의제의 위기를 지적하면서 추첨제를 제안했다. 추첨에 의한 정치는 평소 정치의 주체로 호명받지 못한 개인과 집단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문을 여는 하나의 열쇠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이 열림으로 인해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후보군 확장의 흐름은 동물 정치에 유리하다.

_ 이동시 엮음, 정혜윤 외 지음, 『절멸』(워크룸프레스, 2021) 중에서

=====

이렇답니다.

아파트 동대표나 기초의원은 추첨해서 선발해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생태 정치를 지지하는 문인들, 예술가들이 함께 모여 만든 책이다. 절멸 선언과 고통받는 동물의 목소리로 말하는 시, 쓰레기와 동물의 시, 동물당의 강령을 소개하고 해설하는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이 작품들은 문학과 행동을 연결한다. 모두 이동하면서 현장에서, SNS에서 흩뿌려졌다.

유희경 시인은 묻는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
어떻게 되었을까
백년도 없을 것이
쳔년을 남기는 이야기
만년을 해치는 이야기
무구함이 유구함을 
아프게 만드는 그런
피도 눈물도 남김없이
말라 버리는 그런 이야기는
_ 「질문」 중에서

어떻게 되었을까. 인류가 남긴 쓰레기는..ㅠㅠ

이동시 엮음, 정혜윤 외 지음, 『절멸』(워크룸프레스, 2021)

'평론과 서평 > 절각획선(切角劃線)'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 - 자크 라캉  (0) 2022.03.26
지는 싸움  (0) 2022.03.25
불평등과 특권층  (0) 2022.03.16
선거  (0) 2022.03.12
고의적 자기 방해 - 마감 때까지 일을 미루는 이유  (0) 2022.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