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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문(雜文)/공감과 성찰

피터 드러커의 배신자들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노수경 옮김, 사계절, 2018)의 북 콘서트가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렸다. 이 책은 ‘학력에서 경력으로’ 일자리 규칙이 옮겨가는 시대를 맞이하여 개인이 일터에서 자존감을 잃지 않으면서 보람 있게 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다루고 있다. 

“밀턴 프리드먼,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조지프 슘페터, 피터 드러커…… 이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어떠한 형태의 전체주의에도 반대한, 자유주의 경제의 철저한 옹호자들이 답이다. 그런데 이들이 자유에 대한 이토록 강한 갈망을 품은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여기에 칼 포퍼나 조지 소로스를 추가하면 좀 더 완전한 목록이 될 것이다.

콘서트 사회를 보면서 필자가, ‘인문의 힘’을 길러 주는 고전으로 피터 드러커의 경영서를 추천한 까닭을 물었더니, 저자인 전 도쿄대 교수 강상중 선생이 청중들한테 되물어온 것이다. 솔직히 말해, 이들 ‘현대 자본주의의 설계자들’ 사이에 어떠한 공통 경험이 있으리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선생이 말을 이어갔다.

“이들은 동유럽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들입니다. 유대인들이죠. 모두 나치의 끔찍한 학살과 스탈린주의의 광기를 못 이겨서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들이 자유에 대한 굳건한 신념을 품은 이유입니다. 이들이 진정으로 중시한 점은 ‘자유 시장’ 자체가 아니라 ‘전체주의’가 한 사회를 지배하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들은 한 사회 안에서 전체주의가 작동하지 않도록 하려면, 사회가 더욱더 개방적으로, 자유 위에서 구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확실히 독특하다. 드러커에 따르면, 기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이윤의 추구’가 아니다. 기업이 이익을 우선시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때, 그 기업은 이미 실패한 조직이다. 

기업이 생겨난 이유는 세상의 다른 모든 조직과 마찬가지다. 기업 역시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생겨난 것으로, 이익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추구할 때에만 의미가 있다. 특히, 오늘날처럼 기업의 힘이 웬만한 국가만큼 거대해진 환경에서 기업이 본래의 사회적 사명을 망각하고 이익만 추구하면 어떻게 될까. 그 사회는 분명히 전체주의로 떨어져 인류에게 재앙을 초래한다. 이것이 드러커 경영철학의 바탕을 이루는 생각이다. 하이에크 등도 아마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강상중 선생은 말한다.

“어떤 기업이 이윤을 우선 추구하고 사회를 생각하지 않을 때, 그 기업은 ‘드러커의 배신자’가 됩니다.” 

선생에 따르면, 오늘날 세계를 움직이는 근본적 아이디어는 미국에서 시작된 세계화의 물결이다. 세계화의 중심에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추구할 자유를 통해 전체주의의 발흥을 억제하려는 동유럽 망명자들의 사상이 놓여 있다. 사회를 위해 존재한다는 위대한 비전이 있을 때, 기업이 비로소 자유를 얻는다는 것. 이것이 드러커를 통해 선생이 하고 싶었던 말이다. 이 지점을 분명하게 하는 데에서 오늘날 세계화에 대한 모든 논의가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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