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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과 서평/절각획선(切角劃線)

예술이란 무엇인가?(헨리 밀러)

한 사이트에서 헨리 밀러의 글을 만났다. 예술에 대한 멋진 정의가 가슴을 사로잡았다. 여기 가져다 번역해 둔다.

Henry Miller By Brassai, 1932


예술적 본능의 뿌리에는 권력, 그러니까 대리 권력에 대한 욕망이 있다. 예술가는 계층적으로 영웅과 성인 사이에 위치한다. (중략) 단순하게 말하면, 예술은 현실에 디딤돌을 놓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입사(入社) 의식을 겪는 통로이다. 인간의 의무는 스스로를 예술 작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인간이 행하는 창조 행위는 본래 타당한 것은 하나도 없음을 보여 준다. 인간은 각성하는 데 봉사해야 한다. 그것이 전부다. (헨리 밀러)


나는 예술가 타입에 대한 고집이 없다. 내게는 천재를 향한 욕구가 없다. 내게는 순교하려는 욕구가 없다. 내게는 대속을 향한 욕구가 없다. 내게는 소수의 편에서 아름다움을 보조하려는 격렬함이 없다. 아름다움과 진리에는 해설자도, 옹호자도 필요 없다. 어떤 사람도 아름다움과 진리에 대한 선취권을 주장할 수 없을 것이다. 아름다움과 진리는 모든 사람이 함께 참여하는 창조물이다. 그들은 다만 이해될 필요가 있을 뿐이다. 그들은 외부적으로 존재한다. 예술의 영역에서 발생하는 투쟁과 분열을 생각할 때, 확실히 우리는 그들이 미와 진리에 대한 사랑으로부터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다른 영역에서와 마찬가지로 예술에서도 자아 숭배는 불화의 유일한 원인이다. 예술가들은 예술 자체뿐만 아니라 자신의 시시한 예술론을 절대로 옹호할 필요가 없다. 예술은 우주만큼이나 심오하고 고상하고 광대하다. 제대로 바라보아라. 존재하는  것은 오직 예술뿐이다. 그것을 계속해서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정말 따분한 일이다. 모든 것은 창조다. 모든 것은 변화다. 모든 것은 흐름이다. 모든 것은 변신이다. (헨리 밀러)



『북회귀선』의 작가 헨리 밀러는 자유로웠다. 아주 오래전에 읽었는데, 관능 소설로 불리지만 사실 그의 작품은 인간 본연의 욕구에 충실할 뿐 그다지 에로틱하지 않았다는 기억이 난다. 묘사 사이에 끼워 넣은 통찰들이 기가 막혔다. 자신의 삶을 미학화해서 예술 작품으로 만드는 것은 비루한 현대인을 일상으로부터 구원하는 진지한 투쟁 수단이 되었다. 모든 것은 창조고, 변화고, 흐름이고, 변신이라고 선언하는 헨리 밀러의 목소리는 정말 아름답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