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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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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제럴드의 『아가씨와 철학자』(박찬원 옮김, 펭귄클래식코리아, 2009)를 읽다 벼르던 일을 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두 주 전쯤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양억관 옮김, 민음사, 2013) 교정을 끝마치고 난 후, 기왕에 읽었던 『위대한 개츠비』(김욱동 옮김, 민음사, 2003) 말고 피츠제럴드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 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처음에는 회사에서 나온 『피츠제럴드 단편선 1』(김욱동 옮김, 민음사, 2005)와 『피츠제럴드 단편선 2』(한은경 옮김, 민음사, 2009)를 읽으려고 꺼내 놓았다가, 곧 마음을 바꾸어서 피츠제럴드의 첫 번째 단편집으로 예전에 편집 참고용으로 사 두었던 『아가씨와 철학자』(박찬원 옮김, 펭귄클래식코리아, 2009)를 이번 주 내내 읽었다. 가장 거칠고 미숙했던 시절의 피츠제럴드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 소설집이 나온 것은 1920..
내면의 어둠과 사회의 어둠 ― 무라카미 하루키 풍월당 강연회에서 내면의 어둠과 사회의 어둠 ― 무라카미 하루키 풍월당 강연회에서 때때로 아무런 준비 없이 사람들 앞에서 짤막한 연설을 할 때가 있다. 본래 성격이 수줍어하는 편이라서 이럴 때는 정말 당혹스럽기 그지없다. 억지로 생각을 짜내고 심장 고동을 억누르면서 더듬더듬 한마디 보태는데, 대개는 횡설수설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지난 8월 2일 풍월당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학과 음악’이라는 주제로 강연회가 열렸다. 풍월당 주인 박종호 선생의 진행으로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민음사, 2013)에 나온 프란츠 리스트의 「순례의 해」(라자르 베르만 연주)를 감상하는 자리였다. 독자 100여 명과 함께 번역자인 양억관 선생을 모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갑자기 나와서 한마디 하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