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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삼자경

[시골마을에서 삼자경을 읽다 1] 인지초(人之初), 성본선(性本善). 성상근(性相近), 습상원(習相遠)

사람이 태어날 때에는 성품이 본래 선했다. 성품은 서로 가까우나, 습관은 서로 멀다. 人之初, 性本善. 性相近, 習相遠. 


오늘부터 『삼자경(三字經)』을 조금씩 읽으려고 합니다. 『삼자경』은 송(宋)나라 때 만들어진 책으로 왕응린(王應麟)이 편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물론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세 글자를 한 구로 해서 쉽게 한문 문장을 익힐 수 있도록 만든 교과서로, 사람이 반드시 알아야 할 도리 등을 유가(儒家)의 입장에서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중에서 중국 역사를 다룬 부분이 점차 증보되면서 요즈음 가장 많이 읽히는 판본(1928년 장병린이 편집한 책)은 근세사까지 포괄하고 있습니다. 저희 역시 장병린의 판본에 따라 공부하려고 합니다.

『삼자경』은 우리나라에서는 널리 읽히지 않았지만, 『백가성(百家姓)』, 『천자문(千字文)』과 함께 중국에서는 아동교육의 필독서로 널리 읽혔습니다. ‘경(經)’으로 불린 것은 이 책이 경전에 근거해서 편집되었을 뿐만 아니라, 중국 문화의 요체를 간결하게 담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중국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구절씩 읽도록 하겠습니다.


인지초(人之初), 성본선(性本善) : 사람이 태어날 때 성품이 본래 선했다는 말로 시작하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삼자경』은 맹자(孟子)의 성선설(性善說)을 따름을 알 수 있습니다. 『대학』을 공부했을 때, 우리는 이 문제를 깊이 공부한 바 있습니다. ‘여보적자(如保赤子, 갓난아기를 돌보는 것 같은 마음)’으로, 즉 어린아이가 우물로 기어가면 누구나 깜짝 놀라서 아이를 구하려 하는 것과 같은 마음을 살폈습니다. 맹자는 사람은 누구나 이런 마음을 타고난다고 보았고, 이를 측은지심(惻隱之心)이라고 불렀습니다. 측은지심과 함께 수오지심(羞惡之心), 사양지심(辭讓之心), 시비지심(是非之心)을 사단(四端, 사람의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네 가지 마음)이라고 합니다. 맹자는 본래 타고난 마음은 선하지만, 살아가면서 습성이 잘못 들어 점차 그 선함이 흐려지므로 항상 배우고 자신을 닦아서 이를 유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는 사람은 악하게 태어난다는 순자의 ‘성악설(性惡說)’과 대비됩니다. 주의할 것은 순자가 말하는 악함이란 ‘사악함’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순자가 말하는 ‘악함’이란, 사람은 짐승과 같은 욕구를 갖고 태어난다는 뜻입니다. 이 욕구를 충족하려고 제멋대로 살아가면, 사람답게 되지 못하고 짐승같이 살아가게 되므로 교육을 통해 이를 바로잡아 인륜을 아는 존재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스스로 “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했던 공자의 후예들답게, 두 사람 모두 배움의 중요성을 중시한다는 점에서는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성상근(性相近), 습상원(習相遠).

이 말은 『논어』 「양화(陽貨)」 편의 말을 압축한 것입니다. 공자는 본래 형이상학을 싫어했으므로 인간이 타고난 본성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이 구절이 유일한 것 같습니다. 공자는 사람의 성품이 본래 다르지 않은데, 태어나 자라면서 몸에 배는 습성에 따라 서로 달라진다고 생각했습니다. 맹자가 ‘근본(本)’이라고 해서 ‘하나’로 규정한 것과 달리, 공자는 근원(近遠), 즉 멀고 가까움을 말할 뿐입니다. 아마 공자는 사람의 성품을 선악 어느 하나로 단정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맹자 이후에 묵가, 도가, 법가 등과 논쟁을 벌이면서 체계화해 간 것으로 보입니다. 습(習)이란 무엇일까요. 무엇을 익히는 것일까요. 주로 ‘예(禮)’를 말합니다. 사람은 예를 익힘에 따라서 서로 서서히 달라진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