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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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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조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화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세상에는 ‘우영우’를 보고 말하는 다수와 아직 보지 않은 소수만 있는 듯하다. 우영우 변호사 앞에 ‘이상한’이 붙은 것은 독특한 행동 때문이다. 그녀는 법조문과 판례를 줄줄 외우는 비상한 기억력에, 틀에 박히지 않은 발상을 거듭하는 창조성을 보이는 한편, 회전문을 통과하는 게 남들보다 힘들고 예민한 감각 탓에 불안에 자주 빠진다. ‘자폐 스펙트럼’ 현상이다. 『뉴로트라이브』(알마 펴냄)에서 미국의 과학 전문 기자 스티브 실버만은 자폐인을 ‘뉴로트라이브’라고 부른다. ‘신경’을 뜻하는 뉴로(Neuro)와 ‘부족’을 뜻하는 트라이브(Tribe)를 합쳐 만든 신조어이다. 뇌가 독특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신경학적 소수자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는..
삶을 증오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 “우리는 인간처럼 행동하는 기계를 제작하고, 기계처럼 행동하는 인간을 생산한다. 옛날에는 노예가 될지 모를 위험이 있었다면, 지금은 로봇이나 자동인형이 될 위험이 있다.” ​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김영사, 장혜경 옮김, 2022)에서 독일 철학자 에리히 프롬은 말한다. 이 말에는 현대인을 움켜쥔 삶의 아이러니가 섬뜩하게 표현돼 있다. ​ 오늘날 자기 삶의 주인으로 생동감 넘치게 살지 못하고, 무력하게 일상의 쳇바퀴를 굴리고 있다는 느낌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드물다. ​ 인공지능 도입에 따른 일상생활의 급진적 자동화, 자기 생각의 독립적 표현보다 남의 생각에 대한 공감과 공유를 조장하는 소셜미디어, 하루 24시간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문자와 메일 등 스마트 업무 환경 등은 생각의 로봇화를 촉..
[책과 미래] 삼성SDS의 독서교육 ‘생각의 힘, 독서!’ 어느 도서관 프로그램 제목으로 보이겠지만, 올해 삼성 SDS에서 실시한 신입사원 입문교육 특강 제목이다.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깜짝 놀랐다. 읽기와 관련한 일을 평생 해왔지만, 대기업 신입사원 교육에 독서 관련 강의가 포함되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한 차례도 없었던 것이다.일회성 특강만 듣는 것도 아니었다. 『자기통제의 승부사 사마의』(위즈덤하우스), 『딥 러닝 첫걸음』(한빛미디어) 등 최고경영자가 직접 고른 도서 여덟 권을 읽고, 두 차례에 걸쳐 네다섯 명씩 조를 이루어 독서 토론을 하게 했다. 좋은 사원이 되려면 ‘생각하는 힘’이 반드시 필요하고, 이 힘을 기르는 데 독서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삼성 SDS 같은 정보기술기업이 ‘생각하는 힘’을..
“소설이 좋은데 싫어요”...우린 왜 책을 읽나? ― 2017 국민독서실태조사의 의미 이홍 한빛비즈 이사와 함께하는 프레시안 좌담. 이번 달에는 2017 국민독서실태조사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대희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아래에 옮겨 둡니다. "소설이 좋은데 싫어요"...우린 왜 책을 읽나? ― 2017 국민독서실태조사의 의미 많은 학부모님들이 아이의 성적을 고민하시면서, 동시에 아이의 독서 습관도 걱정하실 겁니다. 어릴 적에는 분명 책을 끼고 살던 아이가 나이 들자 책을 멀리하고 스마트폰 게임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고 괜히 화가 치밀어 오른 경험을 하신 부모님이 적잖으실 겁니다. 이번 '표지 너머 책 세상'은 아이가 책과 친구가 되는 가장 확실한 비법을 알려드립니다. 여태 세계 수많은 부모가 직접 입증한, 정말 확실한 방법입니다. 굳이 힌트를 드리자면, 아이의 독서습관에 가장 결정..
[책과 미래] 작가들은 어떻게 글을 쓰는가 한 주일에 한 번 쓰는 매일경제 칼럼. 지난주에는 제가 경험했던 창조성의 비밀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천재에 대한 낭만적인 신화는 점차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본래 그런 것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날 천재는 아이디어의 꾸준한 관리자이자 여러 사람과 잘 협업할 수 있는 프로세스의 설계자에 가깝습니다. 아래에 옮겨 둡니다. 작가들은 어떻게 글을 쓰는가 작가들은 어떻게 글을 쓰는가?편집자로 일하고 난 후부터 사람들한테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다. 사람들이 궁금한 것은 당연히 글 쓰는 방법이 아니다. 작가들이 갖고 있는 창조성의 비밀을 알고 싶은 것이다. 천재에 대한 낭만적 신화 탓인지,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창조성을 번뜩이는 영감이나 기발한 발상 등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수많은 작..
[책과 미래] 휴머리즘시대의 창조 교육 인간과 기계가 지능적 협업을 통해서 새로운 종류의 일을 창출하는 ‘휴머리즘(human+algorithm)’의 시대다. 인공지능은 기존 데이터 패턴을 빠르게 파악하고, 거기에 인간이 창조성을 더해서 눈부신 성취를 얻자는 말이다. 이처럼 인공지능의 등장은, 인간 자신의 고유성을 촉진하는 쪽으로 진화할 것을 인류에게 요구한다.인공지능과 공진화하려 할 때 ‘인간의 고유성’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토머스 프리드먼의 『늦어서 고마워』에 중요한 실마리 하나가 나온다. ‘정지 또는 휴식하는 능력’이다. “기계는 정지 버튼을 누르면 멈춘다. 그러나 인간에게 정지 버튼을 누르면 무언가를 시작한다. 멈춰 서서 곰곰이 생각하고, 전제를 다시 생각하며, 무엇이 가능한지 다시 구상하고, 무엇보다 가장 깊이 간직하고 있는 믿..
제4차산업혁명?! 코딩교육보다 차라리 교과서를 폐지하자 며칠 전 자주 이용하는 논문 사이트 첫 화면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다운로드 숫자가 가장 많은 논문 열 편의 제목에 모두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었다. 이 정도면 제4차 산업혁명은 업계의 호들갑을 넘어선 국가적 재앙에 가깝다. 학자들 공부가 편벽되면 사회 전체가 한쪽으로 기울어진다. 정부 부처는 또 어떤가. 가는 곳마다 모두 제4차 산업혁명 타령이다. 이 말만 쥐고 있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요술방망이쯤으로 여기는 듯하다. 제4차 산업혁명은 이 시대의 남근숭배다. 절대적 쾌락을 보장할 것 같아서 모두가 제사에 참여하고, 자신도 참여했다는 사실로부터 얻는 미시권력적 위안에 몸을 떠는 중이다. 초연결성에 기반을 둔 사회의 혁신은 분명히 일어나는 중이다. 누구도 이 흐름에서 예외일 수는 없..
책을 왜 읽어야 하는가 『한국의 논점 2017』(북바이북, 2016)에 독서에 대한 글을 한 꼭지 실었다. 세밑에 이 책 전체를 훑어 읽었다. 헌법재판소에서 아마도 탄핵이 인용된 후에는 사회 변화를 위한 진짜 싸움이 한국사회 전체에서 분출할 것이다. 과도하게 국가에 예속되고 처참하게 자본에 기울어져 있는 한국사회를 개벽하는 치열한 논쟁이 곳곳에서 벌어질 터인데, 광장의 촛불이 사회 전체로 옮겨 붙게 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챙기고 어떻게 싸워야 할 것인가. 한국사회의 새로운 질서를 이룩할 앞으로의 싸움에서 이 책은 모든 촛불시민들이 한 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쟁점들에 대한 중요한 가이드를 제공한다. 이런 책에 한 꼭지를 맡아서 기쁘고 또 부끄럽다. 아래에 글의 일부를 제목을 바꾸어 옮겨둔다. 책을 왜 읽어야 하는가 퇴근 후에 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