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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서평] 왜 어떤 일은 기억하고 어떤 일은 쉽게 잊을까 _다우어 드라이스마의 망각 “아무리 지난 기억을 뒤져봐도 ‘우국’을 읽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제는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표절 사건이 일어난 후, 소설가 신경숙이 그 일을 사실상 시인하는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 표현의 모호함 탓에 대중의 더 많은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이런 일은, 이상해 보일지 몰라도, 일상에서 무척 자주 일어난다.1970년 영국에서 유사한 표절사건이 벌어졌다. 고발된 사람은 조지 해리슨. 비틀즈의 멤버다. 그가 솔로로 발표한 곡 「나의 자비로운 신(My Sweet Lord)」이 여성 그룹 치폰스의 히트곡 「그 사람은 너무 멋있어(He’s so fine)」를 표절했다는 것이다. 두 곡은 멜로디가 아주 비슷했다. 「그 사람은 너무 멋있어」를 반주로 틀어놓고 「나의 자비로운 신」을 불러..
[오래된 독서공동체를 찾아서] “제주에서, 제주 책 읽으며… 앎과 삶이 하나 됐죠” (제주 남원북클럽) 책을 혼자 읽는 것과 공동체를 이루어 함께 읽는 것은 다르다. 혼자 읽기는 시간을 알차게 보내거나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함께 읽기는 삶에 우애를 불러오고 공동의 추구를 형성한다. 오랫동안 책을 함께 읽는 것은 결국 삶을 같이하는 일이다. 책으로 자신을 바꾸고, 가족을 바꾸고, 지역을 바꾸는 아름다운 혁명이다. 함께 읽기로 생각하는 시민을 만들어가는 전국의 독서공동체들을 시리즈 ‘책, 공동체를 꿈꾸다’에서 격주로 소개한다. 책읽기 문화와 독서공동체 확산을 위한 한국일보와 책읽는사회문화재단 공동 캠페인의 일환이다. “제주에서, 제주 책 읽으며… 앎과 삶이 하나 됐죠”[책, 공동체를 꿈꾸다] (1) 제주 남원북클럽 국토 최남단의 독서공동체, 새 삶 꿈꾼 뭍사람들이 시작같이 책 읽고 삼삼..
홍성도서관, 도서관주간 명사초청강연회에서 강의하다 지난달 17일 홍성도서관에서 문학 강연을 했다. ‘무엇을, 어떻게, 왜 읽어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강연이었다. 지역 도서관 강연이라서 독자들 반응이 궁금했는데, 이에 대해서 지역신문에서 기사를 내주었다. 기록 차원에서 아래에 옮겨 둔다. 강연회에 참석한 김영선씨는 “기억에 남는 강의였다. 문학과 책에 대한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고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 점이 정말 좋았다”고 전했다.또 다른 참여자 이희자씨는 “어떠한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는데 그 고민이 해결된 기분이다”며 “무조건 다독이 좋다고 생각해왔는데 한 권을 집중적으로 읽는 방법이 더 좋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전체 기사는 아래 링크에 있다. http://www.inaepo.com/news/articleView.html?id..
절각획선(切角劃線) - 2014년 1월 11일(토) 절각획선(切角劃線)은 책장의 귀를 접고 밑줄을 긋다는 뜻으로 리쩌허우가 쓴 글 제목에서 가져온 말이다. 이는 책의 핵심을 파악하려면 직접 몸을 움직여 체험하고 힘써 실천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말을 읽기의 금언으로 삼아 매일의 기록을 남긴다. 그러고 보면 옛 선인들은 매일 읽은 것을 옮겨 적고, 나중에 이를 모아서 편집하여 하나의 책을 만듦으로써 읽기에 대한 경의를 표함과 동시에 그로써 새로운 지혜를 축적하고 표명했다. 이 기록이 언젠가 그 끝자락에라도 닿기를 바라면서. (1) 리쩌허우, 『중국철학이 등장할 때가 되었는가?』(이유진 옮김, 글항아리, 2013) 중에서 ― 사상가들과 한 시대에 명성을 떨쳤던 각종 낭만파는, (중략) 독일이 분산되고 낙후되고 연약한 상태에서 통일되고 강대하고 풍족해지는 과정..
절각획선(切角劃線) - 2014년 1월 10일(금) 절각획선(切角劃線)은 책장의 귀를 접고 밑줄을 긋다는 뜻으로 리쩌허우가 쓴 글 제목에서 가져온 말이다. 이는 책의 핵심을 파악하려면 직접 몸을 움직여 체험하고 힘써 실천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말을 읽기의 금언으로 삼아 매일의 기록을 남긴다. 그러고 보면 옛 선인들은 매일 읽은 것을 옮겨 적고, 나중에 이를 모아서 편집하여 하나의 책을 만듦으로써 읽기에 대한 경의를 표함과 동시에 그로써 새로운 지혜를 축적하고 표명했다. 이 기록이 언젠가 그 끝자락에라도 닿기를 바라면서. (1) 드니 디드로, 『운명론자 자크와 그의 주인』(김희영 옮김, 민음사, 2013) 중에서 ― 사람들은 자기가 가는 곳을 안단 말인가? (7쪽)― 사랑을 하거나 사랑을 하지 않는 일이 어디 우리 마음대로 되는 일인가요? 그리고 우리가 ..
가독성에 대하여 ― 《기획회의》 352호(2013. 9. 20)를 읽고 도저히 글을 쓸 만한 틈을 낼 수가 없어 블로그에 소홀해졌다. 잠깐 숨을 돌려 그동안 읽었던 책들을 메모해 두려고 한다.《기획회의》야 늘 오자마자 그 자리에 읽어 치우는 편이지만, 352호에 실린 글들을 읽다가 밑줄 그어 둔 구절들을 정리할 마음을 품은 것은 평소에 고민해 왔던 ‘읽기 공동체’와 ‘가독성’ 문제를 다룬 글들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1신기수의 여는 글 「각자도생을 넘어 학습 연대로」는 흥미로운 글이다. 평소에 출판의 뿌리는 읽기 공동체에 있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현재 20대 청년층을 중심으로 급속히 진행 중인 읽기 공동체의 해체를 막아 내지 않고는 출판은 후속 세대를 확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장차 그 인간적 기반마저 상실하고 말 것이다. 더 나아가서 책이 그 안에 품고 있는 인간..
읽기에 헌신하는 삶을 위한 세 가지 방법 그러니까 스페인 여행 이후, 나는 조금 더 삶을 단순하게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말라가의 푸르른 지중해 바다 앞에서, 문득 무엇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는가 하는 물음이 떠올랐는데, 여행 내내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읽기만이 내 인생의 유일한 근거였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읽는 것이 나의 도약대이자 진지이고 무덤이어야 하는 것이다. 편집자의 삶이란, 읽고 쓰는 일에는 오히려 지쳐 있기 마련이어서 자칫하면 진행하는 책 외에 자발적 독서가 증발하는, 읽기의 사막에 사는 데 익숙해지기 쉽다. 책을 둘러싼 수많은 전략과 전술의 난무가 읽기의 순박한 즐거움을 앗아 버리는 역설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인간 정신의 정화인 책을 다루는 편집자가 정신적 공허에 시달리는 기묘한 삶의 아이러니.스페인에서 돌아오면서 나는 앞으로..
책과 읽기의 미래(삼성 사장단 회의 강연 자료) 지난 9월 12일 수요일 오전 8시부터 서초동 삼성 사옥에서 1시간 동안 삼성 사장단 회의에 강연을 하고 왔습니다.멀리 청계산과 우면산이 내려다보이는 멋진 전망이 인상적이었습니다.강연 내용은 "책과 읽기의 미래"에 대한 것이었습니다.평소에 자주 하던 이야기인데도 애플의 아이시리즈와 함께 전 세계를 양분한 갤럭시 시리즈를 만든 곳에서, 그것도 최고 경영자들 앞에서 입을 떼려니까 조금 떨렸습니다. 어쨌든 저로서도 이번 기회에 생각을 좀더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전자책 시대를 맞아 책과 읽기가 어떻게 변해 가고, 그에 따라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종이 읽기에서 화면 읽기로 넘어가면서 책이 몰입 기계에서 반응 기계로 바뀌어 가는 현상, 그에 따라 인터페이스 문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