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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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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터》 2호를 읽다 1《리터》 2호를 읽다. 특집은 ‘페미니즘’이다. 격월간이라는 발행 간격을 의식해서 움직이는 느낌. 첫 호에서도 그랬지만 이미 화제가 된 이슈를 통해 시대에 응전하는, 이런 표현이 가능하다면 ‘사후적 아방가르드’의 편집론. 특집에 실린 글이 사태의 정리에 무게를 주로 담은 ‘리뷰’에 가까운 건 아마도 이 때문이 아닐까. 소설가 김혜진이 쓴 김명순 약전이 무척 흥미로웠다. 한국문학을 공부했지만, 나는 김명순의 글을 읽은 적이 없다. 어쩌면 이 사실이 한국 여성의 근대사를 드러내는 것은 아닐까. 따로 김명순의 소설과 수필을 챙겨서 읽어볼 결심을 했다. 2문학상에 대한 장강명의 산문을 아주 흥미롭게 읽는 중. 거침없이 말하는 법을 익힌 사람은 언제나 사랑스러운 것이니까. 3이응준의 문장에는 숨 막히는 데가 있..
신경숙 표절논란… 의혹 제기와 해명의 윤리(세계일보) 어제 올린 표절 관련 글에 대해 《세계일보》 조용호 선배가 인용해서 기사를 썼다. 아래에 옮겨 둔다. 신경숙 표절논란… 의혹 제기와 해명의 윤리작가 영혼에 상처… 문제 제기 신중 필요…기준 정해 시비 가리되 여론재판 안되야 일본 네티즌들이 자기네 나라 우익 작가의 문장을 한국 인기 작가가 표절했다는 소식에 시끌벅적한 모양이다. 소설가 신경숙(사진)이 자신의 단편 ‘전설’의 내용 중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 한 대목을 차용했다는 소설가 이응준의 문제 제기에 이미 한국에서는 작가 본인의 해명까지 나오는 상황에서도 사안은 가라앉지 않는 형국이다. 출판사 창비에서는 작가의 대답을 빌려 대단히 우익적인 색채의 일본 작가 작품과 신경숙의 그것은 판이하게 다르며, 인용 문장들조차 신경숙이 더 우월하다고 밝..
이응준 소설집 『밤의 첼로』(민음사, 2013)를 기념하다 이응준 소설집 『밤의 첼로』(민음사, 2013)의 출판을 기념하는 조촐한 술자리가 지난 목요일 밤에 있었다. 해설을 써 준 문학평론가 김미현 선배를 비롯해서 시인 함성호, 정끝별 선배 등이 서울 강남 신사동 회사 근처에 있는 해남집에 모여서 조촐하게 책을 기념했다. 회사의 한국문학 편집자인 김소연, 박혜진 두 사람도 참석했다. 한국문학사에서 아주 보기 드문 형이상학적 관념 미학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이응준의 중단편들은, 이승우와 더불어, 한국어의 넓이와 깊이에 고유한 무늬를 점차 더해 가고 있다. 『밤의 첼로』에 실린 여섯 편의 작품들은 한국인에게 아주 낯선 영토인 신 또는 종교와 죽음의 쌍관성을 탐구하는 정면 대결을 통해 한국어에, 그러니까 한국인에게 신성(神性)을 불어넣고 있다. 한국어는 아직 이런 관..
밑줄들 ― 2013년 7월 31일 오늘은 하루 종일 쌓아 두었던 잡지들을 읽었다. 이응준 소설집 『밤의 첼로』(민음사, 2013)을 막 다 읽어 낸 때였고, 오현종 장편소설 『달고, 차가운』(민음사, 2013)과 《세계의 문학》 가을호에 실릴 최민석 장편소설 「풍(風)의 역사」를 읽으려던 참이었다. 문득, 사무실 탁자 위에 쌓아 둔 신문, 잡지 들이 눈에 밟혔고, 이것들부터 우선 처리하자고 생각했다. 아래는 그 흔적들이다. 1 「박정태의 고전 속 불멸의 문장과 작가」( 《중앙선데이 매거진》 2013년 7월 14일자 28면)를 읽다. 간결하고 재미가 있어서 꼬박꼬박 챙겨 읽는 칼럼이다. 이번에 다룬 작품은 토마스 만의 『토니오 크뢰거』다. 칼럼에 나오는 『토니오 크뢰거』의 구절들.“당신은 길을 잘못 든 세속인입니다. 길을 잃고 방황하는 세..
시여, 사랑이여, 비극이여 _ 이응준 시집 [애인]의 발문 이응준 시집 [애인](민음사)이 출간되다. 그와의 우정을 표시하기 위해 오랜만에 짤막한 글을 발문의 형태로 한 편 쓰다. 시여, 사랑이여, 비극이여 이응준 시집 [애인] 발문 하나가 둘을, 이별이 사랑을, 고독이 공존을, 고요가 환호를 침식한다. 사랑의 소멸, 이것은 낭만적 환영의 결과가 아니다. 희망의 끝자리, 좌절의 절벽 앞에 선 자의 절망이 아니다. 거기에 숙명적 체념이나 운명적 슬픔 같은 것은 없다. 생계와 생명을, 고여 썩어 가는 삶과 약동하는 죽음을 맞바꾼 자의 분투가 있을 뿐이다. 그 분투는 모든 것을 대가로 치른다. 한없이 사랑을 갈망하지만 오로지 혼자로서만 살아 있을 수 있는 짐승이 모든 곳에서 출현한다. 연애하는 짐승의 무정함과 무정한 짐승의 연애가 빚어내는 기이한 변증이 빛을 어둠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