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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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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 3인이 말하는 ‘좋은 에세이란 무엇인가’ 장은수·오길영·권성우,‘황해문화’서 진단지난해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50위 중 26종이 에세이였다. ‘에세이 열풍’이라 할 만하다. 주로 좌절감에 휩싸인 사람들을 겨냥한 ‘힐링 에세이’가 주류이다. 어떻게 보아야 할까. 계간 ‘황해문화’ 봄호는 ‘문화비평-에세이와 지성’ 특집을 기획했다. 출판평론가 장은수 이성과감성 콘텐츠연구소 대표와 문학평론가 오길영 충남대 교수, 권성우 숙명여대 교수가 근래 에세이 열풍을 진단하고, ‘좋은 에세이란 어떤 것일까’에 관한 단상을 밝힌다. 3인 모두 고립 혹은 고독을 견뎌내고 나오는 지성과 사유의 힘을 강조한다. 장 대표는 ‘에세이 열풍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글에서 “수많은 책이 ‘행복한 이기주의자’를 외친다”며 현재 한국사회의 증후를 읽어낸다. 대개의 베스트셀러..
다빈치는 조약돌 하나를 보고 산을 상상했다 _ 실뱅 태송, 『여행의 기쁨』(문경자 옮김, 어크로스, 2016)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조약돌 하나를 보고 산을 상상했다. 소로는 귀뚜라미 노랫소리에서 신의 음성을 들었다. 반 고흐는 전원에서 풍경의 역선(力線)들을 보았다. 네르발은 파리의 길들과 자기 영혼의 미로를 혼동했다. 풀카넬리는 황금비가 천체의 운행을 지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암술을 둘러싼 꽃잎들의 배치도 주관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위고는 산사나무 향기가 별자리와 무관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견자(見者)’는 눈이 만족하는 곳에서 결코 만족하지 않는다. 그는 지엽적인 것들을 모두 뒤져서 우주를 추격한다. 이것이 관찰에 적용되는 환유의 원리다. 여행자는 풀잎에서 우주로 미끄러져 들어갈 수 있어야 하고, 머리 위로 지나가는 구름을 보고 평면구형도를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그의 정신이 모래알 하나로도 충분히 ..
[문화산책] 새벽 숲길을 거닐며 평명(平明).어둠 속, 흙으로 맨발을 푸는 순간, 이 말이 떠올랐다. 새벽을 나타내는 말이다. 평(平)은 평평하고, 평화롭고, 평온하고, 평등하다. 명(明)은 밝고, 맑고, 환하고, 깨끗하다. 어떻게 조합해도 아름답다. 온 세상이 골고루 빛으로 차오르는 때, 소나무 청량한 향기가 사방으로 가득하다. 콩잎이 바람에 스륵스륵 소리를 낸다. 이슬을 흠뻑 덮어쓰고도 귀뚜라미는 씩씩하고 우렁차게 노래한다.“뭐가 쓸쓸해? 뭐가 쓸쓸해? 뭐가?! 뭐가?! 뭐가?!”(황인숙, 「가을밤 2」) 아아, 정말 쓸쓸하구나. 처음 물음표 둘은 즐거운 반문이지만, 뒤쪽 물음느낌표 셋은 어쩌면 쓰디쓴 울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름은 아직 물러서지 않았고 가을은 미처 이르지 않았으니, 바람이 불어도 쓸쓸하지 않고 소름이 돋아도 여..
몽테뉴의 읽기와 쓰기에 대하여 _ 츠바이크의 『위로하는 정신』을 읽다 (2) 연이틀 슈테판 츠바이크의 『위로하는 정신』(안인희 옮김, 유유, 2012)을 읽었다. 아침에 시내에 나갈 일이 있어서 지하철에서 어제 읽다 아껴 둔 부분을 마저 끝냈다. 예전에도 느꼈지만, 츠바이크의 글은 한 위대한 정신에 대한 지극한 공명에서 시작한다. 자신이 소리굽쇠의 한 축이 되어 저자의 삶이나 글과 부딪힐 때마다 울음소리를 낸다. 역사적 인물의 복원이 아니라 ‘위대한 현재’를 발굴하는 광부의 솜씨를 가지고 있다. 기이하고 훌륭하고 본받고 싶은 글이다. 서른여섯 살, 아버지가 죽자 유산을 물려받은 몽테뉴는 비로소 홀로 설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관심을 둔 것은 영지의 경영이 아니었다. 몽테뉴는 세상에서 물러나 성 안에 있는 작은 성인 ‘치타델레(Zitadelle)’에 서재를 꾸미고 그 안에 틀어박..
절각획선(切角劃線) - 2014년 1월 30일(목) 명절 첫 날이라 오늘을 하루 종일 읽던 책들을 내키는 대로 읽었다. 방 청소를 하고 읽으려고 쌓아 둔 책들을 정리했다. 읽는 속도가 책이 쌓이는 속도를 감당하지 못해서 방이 점점 비좁아지는 중이다. 조만간 과감하게 읽지 않는 책을 버려야 할 때가 올 것 같다. 지셴린의 『인생』(이선아 옮김, 멜론, 2010)을 완독했다. 사유의 대가답지 않은 가벼운 에세이인데, 오히려 그 소박함과 평범함으로 사람을 끄는 데가 있다. 내용이 일부 중복되는 것은 대부분이 신문 등에 연재된 짧은 글을 모은 탓이다. 이 점은 대단히 아쉬웠다. 중국 지식인들의 장점이라면 자신의 글에 춘추 전국에서 명청에 이르는 명문들을 자유자재로 활용함으로써 그 논지에 품격을 불어넣고 깊이를 더한다는 점이다. 지셴린이 자주 인용하는 도연명이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