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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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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건져올린 기쁨의 언어 배수연의 첫 시집 『조이와의 키스』(민음사, 2018)는 폭력으로 가득한 슬픔의 세상에서 ‘기쁨’의 언어를 발굴하고 싶어 하는 애처로운 마음을 담았습니다.세상의 표상은 더럽고 위협적입니다. “헝클어지는 머리칼/ 머리를 쓰다듬는 커다란 손∥ 엄살쟁이야/ 주사 맞기 싫으면/ 선생님 뺨에 입을 맞춰 봐” 시 「병원놀이」의 한 구절입니다. 이 땅의 여자들이 흔하게 겪는 일상을 생생하게 포착합니다.하지만 시인은 세상의 폭력에 지지 않습니다. 폭행하는 세계 속에서 시인은 곳곳에서 자아의 기쁨을 흩뿌리고 또 수확합니다.“너의 아름다운 몸이 침대 위에서도 웅크려야 하는지/ 나는 와락 눈물이 안기는 걸 뿌리친 채로/ 세상에서 가장 가느다란 눈썹을 꺼내 네 발에 시를 썼어/ 아니 그건 코란이나 성경이었을지도 몰라”이 시집..
소셜네트워크에 시를 공유할 때 앞으로는 돈을 내게 될까? 예전부터 시나 소설 등을 온라인 사이트에서 이용하는 데 과금을 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한 번도 그것이 실행된 적은 없었다. 출판은 서점이라는 별도의 판매 채널을 가지고 있고, 온라인에서 독자들이 게시를 통해 시나 소설 등을 주고받는 행위는 사적 친교의 형태이자 오히려 자신을 홍보해 주는 입소문 마케팅의 일종으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문예협)에서 음원 사이트와 유사한 시원(詩源) 사이트를 만들어서 블로그, 카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에서 시를 공유하는 행위에 대해서 과금을 하겠다는 주장을 한 것 같다. 최근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문예협)가 디지털 음원 사이트와 비슷한 형태의 시 유통 사이트를 구축하기로 해 주목된다. 이 협회는 시, 소설, 수필 등 어문 저작..
읽기에 헌신하는 삶을 위한 세 가지 방법 그러니까 스페인 여행 이후, 나는 조금 더 삶을 단순하게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말라가의 푸르른 지중해 바다 앞에서, 문득 무엇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는가 하는 물음이 떠올랐는데, 여행 내내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읽기만이 내 인생의 유일한 근거였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읽는 것이 나의 도약대이자 진지이고 무덤이어야 하는 것이다. 편집자의 삶이란, 읽고 쓰는 일에는 오히려 지쳐 있기 마련이어서 자칫하면 진행하는 책 외에 자발적 독서가 증발하는, 읽기의 사막에 사는 데 익숙해지기 쉽다. 책을 둘러싼 수많은 전략과 전술의 난무가 읽기의 순박한 즐거움을 앗아 버리는 역설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인간 정신의 정화인 책을 다루는 편집자가 정신적 공허에 시달리는 기묘한 삶의 아이러니.스페인에서 돌아오면서 나는 앞으로..
망오십(望五十), 매우(梅雨)에는 닥치고 독서 1두 주째 계속 비가 내리고 있다. 어제는 시내에 전시회를 보러 외출하려다가 왠지 ‘읽는 일’을 하고 싶어져서 하루 종일 소파와 침대와 책상을 오가면서 책을 읽었다. 요즘에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파워 클래식』(어수웅)에 실린 짤막한 서평 몇 꼭지를 챙겨 읽는 것으로 시작해서 일본사 및 세계사 이해에 새로운 시각을 던진 화제작 『중국화하는 일본』(요나하 준)을 읽고, 그다음에는 『도련님』(나쓰메 소세키), 『그리운 친구여 - 카프카의 편지 100선』(카프카), 『검찰관』(고골), 『휘페리온』(횔덜린) 등의 고전, 『육체쇼와 전집』(황병승), 『단지 조금 이상한』(강성은) 등의 시집, 『배를 엮다』(미우라 시온),『엄마도 아시다시피』(천운영) 등의 소설, 그리고 2010년에 문학동네에서 나온 열 권짜리 김..
박강 시집 『박카스 만세』를 읽고 1어제는 박강의 첫 시집 『박카스 만세』(민음사, 2013) 출판 기념회가 대학로에서 있었다. 광화문 모임에 나갔다가 문정희 선생님을 비롯해 권혁웅, 조강석, 이재훈, 주영중, 손미 등을 만났다. 역시 시를, 문학을 이야기하는 자리에 있을 때 나는 가장 뜨거워진다. 즐겁고 기뻤다. 새벽에 술에 취한 채 작은 글을 하나 썼다. 미완이지만, 여기에 일단 옮겨 둔다. 2박강의 시는 대개 "새로 손금을 파고 싶"(「폭설」)어 하는 청년들의 불우를 재료로 삼는다. "실패" "좌절" "비명" "해직" 등 죽음을 향해 느리게 이동하는 하강의 단어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다. 죽지 못해 삶을 사는 이들의 삶을 그저 직관할 때 그의 시들은 역설적으로 놀라운 활력과 충격을 만들어 낸다. 크면 꼭 빤스 입은 슈퍼맨이 되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