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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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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공동체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 같이 읽고 함께 사는 삶을 찾아서 독자를 만나고 싶다 독자들을 실감하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였다. 편집자들은 솔직히 말하면 독자를 잘 모른다. 편집자로 일한 시간이 오래될수록 이 격절, 독자로부터의 소외는 심해진다. 때때로 저자 강연회, 사인회, 애독자 모임 등에서 독자를 만나기도 하지만, 관계자 입장이니 선뜻 속마음을 듣기가 어렵다. 독자들은 늘 저 너머에 있다. 책은 분명히 독자들한테 가 닿지만, 독자들은 항상 모니터 건너편이나 판매부수 이면에 흔적으로 존재한다. 편집자는 스스로 자기 분야 책들의 독자가 됨으로써 소외를 극복하려 애쓰지만, 어느 순간 가상과 실재 사이의 격차가 섬뜩할 정도로 벌어지곤 한다. 자신이 읽고 싶은 책과 독자가 읽으려는 책이 천만리 멀어지는 것이다. 나가던 책이 안 나가고, 팔리던 책들이 줄어든다. 초판 ..
책을 왜 읽어야 하는가 『한국의 논점 2017』(북바이북, 2016)에 독서에 대한 글을 한 꼭지 실었다. 세밑에 이 책 전체를 훑어 읽었다. 헌법재판소에서 아마도 탄핵이 인용된 후에는 사회 변화를 위한 진짜 싸움이 한국사회 전체에서 분출할 것이다. 과도하게 국가에 예속되고 처참하게 자본에 기울어져 있는 한국사회를 개벽하는 치열한 논쟁이 곳곳에서 벌어질 터인데, 광장의 촛불이 사회 전체로 옮겨 붙게 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챙기고 어떻게 싸워야 할 것인가. 한국사회의 새로운 질서를 이룩할 앞으로의 싸움에서 이 책은 모든 촛불시민들이 한 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쟁점들에 대한 중요한 가이드를 제공한다. 이런 책에 한 꼭지를 맡아서 기쁘고 또 부끄럽다. 아래에 글의 일부를 제목을 바꾸어 옮겨둔다. 책을 왜 읽어야 하는가 퇴근 후에 노동..
한국인은 어떻게 읽는가 _ 2016 독서콘퍼런스, 김은하 책과교육연구소 대표 발표 요약 한국인은 어떻게 읽는가2016 독서콘퍼런스, 김은하 책과교육연구소 대표 발표 요약 강릉에서 열린 ‘2016 독서 콘퍼런스’에서 발표된 김은하 책과교육연구소 대표의 발표와 토론 발제를 요약하고, 현장에서 들었던 제 느낌을 살짝 덧붙여둡니다. 김은하 대표의 발표는 「해외 주요국의 독서실태 및 독서문화진흥정책 사례 연구」(2015)와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한 실천 중심 독서교육 활성화 방안」(2016)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이 두 논문은 정책적 시사점이 상당히 다를 수 있는 연구인데, “어떻게 ‘비독자’를 ‘독자’로, ‘간헐적 독자’를 ‘습관적 독자’로 만들 것인가?”라는 문제로 집약되어 연결되면서, 한국의 독서정책 또는 독서운동에서 중요한 방향성이 보이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용어 정리부터..
[서울도서관] '책, 공동체를 꿈꾸다展' 읽기는 행복한 인생에는 풍요를 부풀리고, 허무한 인생에는 살아가는 힘을 줍니다. 창작자가 아니라 수용자가 연주하는 유일한 예술이자 신비로운 공연으로서 삶의 높이와 깊이를 더합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점점 읽기의 힘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긴 글을 깊이 읽는 문화는 반시대적인 것으로 치부되기 십상입니다. 우리 사회의 많은 위기는 오직 읽기를 통해서 쌓아올린 정신의 힘으로만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출판 현장을 떠나면서 읽기를 퍼뜨리는 것을 저의 남은 소명으로 생각하고 살기로 했습니다. 《한국일보》와 책사회가 함께 진행하는 기획 ‘책, 공동체를 꿈꾸다’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오랫동안 같이 책을 읽어온 분들을 만나서 ‘읽기의 참된 가치’를 확인하고, ‘같이 읽기’라는 운동을 통해 자발적 ‘독서공동체’..
당신의 독서동아리는 어떤 유형인가요? _김은하의 『처음 시작하는 독서동아리』(학교도서관저널, 2016) 산 속에서 혼자 읽는다 하더라도, 책 읽기는 ‘내가 아닌 다른 세계’를 간접적으로 만나는 경험입니다. 책 읽기는 근본적으로 ‘타자’에 대한 체험이지요. 함께 읽기는 내가 아닌 다른 세계를 만난 ‘사람들’을 만나는 경험입니다 다른 독자와의 만남이라는 이 새로운 차원은 흥미로운 세계를 열어 줍니다. 책의 세계라는 ‘타자’에, 나 아닌 독자라는 ‘또 다른 타자들’이 더해지기 때문이지요. 같은 책인데도 사람들마다 읽으면서 떠올린 생각, 느낌, 경험, 질문이 조금씩 다릅니다. 각자의 삶이 다르기 때문에 다르게 읽힙니다. 사람마다 어떤 책을 읽어 왔는지, 책이 어떻게 각자의 삶에 영향을 주었는지도 달라집니다. 또한 같은 시대를 사는 동료로서 서로 비슷한 생각과 느낌을 공유하기도 하지요.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