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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의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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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도 재능도 없이 누구나 서점을 하는 세상을 위하여 _이시바시 다케후미의 『시바타 신의 마지막 수업』을 읽다 책과 출판과 서점에 대한 담론이 사회적으로 크게 조명받으면서, 갑자기 출판이나 서점이 아무나 할 수 없는, 정말 창의적이고 지사적인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일, 기적을 만들 줄 아는 사람들조차도 엄청난 간난신고를 겪어야 간신히 미미한 빛을 던질 수 있는 대단한 직업으로 우상화되었다. 1990년대에 출판계를 풍미하다 거품으로 스러진 ‘기획자’ 또는 ‘북 프로듀서’ 열풍이 옆줄로 옮겨가서 살짝 변주되어 도돌이표로 돌아온 느낌이다. ‘큐레이션’이니 ‘콩세르주’니 ‘서점의 기획’이니 하는 개념이 범람하면서, 사소하고 지루하고 고된 일상 노동의 연속으로 이루어지는 출판, 서점, 디자인, 인쇄 등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않을 것처럼 저 멀리로 밀려난 느낌이다.(나 역시 이런 부분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
“출판, 책을 통해 어떤 가치를 전할 것인가” _남해의봄날 특강 요약 지난주에 경상남도 통영으로 내려가 남해의봄날에서 경남 지역 출판사들을 대상으로 두 차례에 걸쳐 5시간 연속 특강을 했습니다. 그 내용을 지역신문인 《한산일보》에서 요약해 실었네요. 하루 꼬박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경남 지역 출판인들의 열정에 깊게 공감했습니다. 지역적 가치를 온 세상으로, 온 세상의 정수를 지역으로 실어 나르는 지역 출판의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지역출판협의회를 구성해서 연대를 고민한다는데, 순조롭게 발전해 전국 단위 조직이 되어 지역출판 활성화에 기여했으면 합니다. 아래에 기사를 옮겨둡니다. “출판, 책을 통해 어떤 가치를 전할 것인가”정용재 기자 | fluxx@naver.com “책은 틀이다. 출판사들이 그저 책을 팔기 위해 일한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책을 통해서 어떤 가치..
[2015년 출판 트렌드] 책에서 길을 묻다 _ 독(獨), 전(錢), 협(協), 리(理), 의(意) (시사인) 트렌드란 무엇인가? 과거가 기록한 미래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처럼, 흐름이고 연속이어서 돌이킬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기록은 오직 미래의 임무다. 과거는 기록할 수 없다. 기억할 만한 미래는 흔히 파괴이고 단절이며 전환의 형태를 취한다. 과거를 들여다보아도 미래를 알지 못하는 이유다. 미래는 미리 오지 않고 나중에 도래한다.창조자나 혁신가는 트렌드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차라리 자신이 미래를 발명하기 위해 맞서 싸워야 할 힘들에 주목하고, 힘들이 하나의 장(場)을 이루는 현실을 분석한다. 문제를 도출하고 해결책을 깊게 고민한다.출판은 고객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공하는 솔루션 비즈니스의 일부다. 어떤 특정한 문제에 부닥쳤을 때, 사람들은 검색하거나 대화하는 대신 책을 읽는다. 올..
마을 책방, 영혼의 쉼터가 되다 _『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남해의봄날, 2015) 국회방송에 출연해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남해의봄날, 2015)를 소개했습니다. 괴산의 숲속작은책방의 주인이자 저자인 김병록 선생과 함께 아주 흔쾌하고 즐거웠습니다. 방송은 쑥쓰러우니, 사전 질문지와 답변을 공개합니다. Q : 이 책 어떻게 읽으셨는지요?A : 뜨겁고 부러운 책입니다. 책을 향한 타오르는 열정이 페이지마다 솟아올라 눈이 타버릴 것 같았어요. 계속 읽다가 눈이 멀어버리면 나도 서점이나 차려볼까 하는 마음이 들까 해서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죠. 저희 같은 읽기 중독자들은 항상 마음속에 두 가지 공간을 갖고 싶어 합니다. ‘서재’와 ‘서점’이죠. 어쩌면 읽기 자체가 이런 취향을 만들어내는 걸지도 몰라요. 서재는 혼자 읽기 위한 공간이고, 서점은 같이 읽기 위한 공간입니다. 책에 나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