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경상남도 통영으로 내려가 남해의봄날에서 경남 지역 출판사들을 대상으로 두 차례에 걸쳐 5시간 연속 특강을 했습니다. 그 내용을 지역신문인 《한산일보》에서 요약해 실었네요. 하루 꼬박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경남 지역 출판인들의 열정에 깊게 공감했습니다.
지역적 가치를 온 세상으로, 온 세상의 정수를 지역으로 실어 나르는 지역 출판의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지역출판협의회를 구성해서 연대를 고민한다는데, 순조롭게 발전해 전국 단위 조직이 되어 지역출판 활성화에 기여했으면 합니다.
아래에 기사를 옮겨둡니다.
“출판, 책을 통해 어떤 가치를 전할 것인가”
정용재 기자 | fluxx@naver.com
“책은 틀이다. 출판사들이 그저 책을 팔기 위해 일한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책을 통해서 어떤 가치를 파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남해의봄날’ 봉평동 사무실에 지역 출판사들의 특별한 모임이 지난 21일 열렸다.
진주의 펄북스, 소소책방, 경상대학교 출판부 지앤유, 부산의 산지니, 그리고 남해의봄날 편집자들이 함께 장은수 전 민음사 대표의 특강을 듣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장은수 대표는 국내 문학․인문서 출판의 큰형님 격인 민음사의 대표 편집인을 지난 2006년~2014년까지 지냈다. 민음사를 그만둔 뒤 ‘편집문화실험실’을 서울 마포에 차려 출판사 성장 전략과 디지털미디어 시대의 출판문화담론을 연구하고 있다.
장 대표는 “출판위기론 본질이란 많이 팔리던 책의 문제가 아니라, 팔리는 책과 안 팔리는 책의 차이가 너무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서점가의 베스트셀러와 그렇지 않은 책 사이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책이 서점에서 독자에게 발견될 기회가 줄어든 시대에는 우리가 좋은 책을 만들었으니까 널리 알리면 되겠지라는 식으로는 안 된다”며 “광장에서 외치기가 아니라, 독자 옆에서 속삭이기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시대 출판사의 생존전략을 위해 “책을 통해서 어떤 가치를 독자와 공유하는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출판사가 독자와 가치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면, 저자도 행복하게 일할 수 있다. 이미 책의 독자가 확보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라고 제시했다.
출판사가 독자와 일종의 공동체를 형성하고, 공감과 공유로 연결되는 데에는 지역출판사가 유리한 점이 많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이날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다섯시간에 걸친 강연과 토론은 향후 지역 출판사 상생 발전을 위한 모임을 다짐하며 마무리됐다.
먼저 경남권 8개 지역 출판사가 연대하고, 다른 지역의 출판사들도 함께 모이는 자리를 마련해 지역출판연구회 등의 모임으로 유통, 교육 등의 해법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남해의봄날 정은영 대표는 “지역이라는 한계를 역으로 이용해 차별적 마케팅으로 바꾸는 방안 등, 오랫동안 고민해 온 주제들을 나누고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여서 힘이 났다”며 “각자의 노하우를 공유해서 지역 곳곳에 출판문화가 제대로 뿌리내리게 하기 위한 첫 걸음에 동참해주신 장은수 대표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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