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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행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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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판의 4가지 베스트셀러 전략(대산문화) 베스트셀러는 늘 사후적 탐구의 대상이다. 책이 언제, 어떻게, 왜 팔리는지 미리 알지 못한다는 말이다. 어쩌다 살짝 감이 있다. 내용을 읽고 콘셉트를 뽑고 배열을 고민하고 디자인을 구상하면서 독자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 순간, 이 책은 다들 좋아해 주겠구나, 싶을 때가 있다. 물론 아주 흔한 일은 아니다.베스트셀러는 통로이고 상징이다. 그 책을 읽는 독자를 보여 주고, 그 책이 있는 사회를 드러낸다. 모두 같이 꾸는 꿈 같다. 꿈꾸고 난 다음엔 누구나 한마디 말을 보탤 지도가 되지만, 아무도 일부러 그 지도를 그릴 수는 없다. 책은 ‘소수 미디어’에 속한다. 수천 명 정도, 잘해야 수만 명 정도, 내용에 대한 깊은 관심과 취향을 공유하는 이들이 주로 읽는다. 베스트셀러는 비정상, 즉 제 영역을 넘어서 증..
신사동에 대하여(문화일보 기고) 《문화일보》에서 기획 연재 중인 「느낌이 있는 ‘신(新) 풍물기행’」에 기고한 글이다. 내 젊음을 보냈던 신사동 거리를 소회와 함께 소개했다. 여기에 옮겨 둔다. 사람에게 고향은 하나가 아니다. 대대로 이어 살아온 조상의 고향이 있고, 몸을 얻어 자란 육체의 고향이 있으며, 밥 한 술 먹다가도 천 겹 감정이 너울지는 영혼의 고향이 있다. 또한 평생 의지해 살아갈 세계관의 틀이 생겨난 정신의 고향이 있고, 밥벌이를 하면서 혼신을 다해서 어른으로 살아간 사회적 고향이 있다. 내 조상의 고향은 충남 홍성군이고, 내 육체의 고향이자 영혼의 고향은 서울시 중구 약수동이며, 내 정신의 고향은 관악산 자락 아래 자하연 옆쪽이거나 녹두거리의 술집들이다. 내 사회적 고향은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이다. 문학만 아는 철없이 ..
책과 사람을 연결하라 (한국일보 기고문) 신년 《한국일보》 출판면에 기고한 글이다. 요즈음 나의 관심사는 ‘연결성’의 확보를 통해 “비독자를 독자로 만드는 실천”이다. 다매체 경쟁 시대에는 책을 읽어야 한다는 당위만으로는 더 이상 독자를 만들기 힘들다. 지난 십여 년 동안 전 세계 출판계에서 일어난 일이 이를 증명한다. 출판이 앞으로도 생존해 번영하기 위해서는 책과 인간을 연결하는 매력적인 출판 실천들을 통해 비독자를 꾸준히 독자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출판계의 화두로 삼으려고 제안한 글이다. 책과 사람을 연결하라 “캄캄한 밤에도 노래는 있는가?” 어느 날, 독일의 시인 브레히트의 귓가에 갑자기 질문 하나가 던져진다. 시대는 절망이다. 파시스트들은 갈수록 세력을 넓혀가고, 사람들은 사적 대화조차 감시 당하고, 직장에서 거리로 내몰렸다가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