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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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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와 강연 봄에는 얼어붙은 입들도 풀리는 것일까. 사나흘에 한 번쯤 도서관 등에서 강연 요청을 받는다. '말하기'와 '듣기' 시즌이 바야흐로 시작된 것이다. 고정으로 하는 일이 있기에 강연을 많이 할 수는 없지만, 강연을 하러 다니다 보면 당황스러운 일이 하나 있다. 이 강연에서 만났던 청중을 저 강연에서 보는 일이다. 강연은 일종의 리듬을 타는데, 비슷한 주제를 이야기하다 보면 분명히 겹치는 부분이 생긴다. 관련한 일화 정도라면 괜찮겠지만, 때때로 분위기 환기에 필요한 농담마저도 같을 수 있다. 한데 강연을 한 차례 들었던 사람이 눈에 띄면,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야 할까 싶어 시작부터 말이 꼬이는 것이다. 강의와 강연은 다르다. 일반적으로 강의가 똑같은 사람을 대상으로 특정 분야의 지식이나 학문의 방법을 일정 기..
마케팅 4.0 시대의 출판 최근에 출간된 『필립 코틀러의 마켓 4.0』(길벗, 2017)은 전통적 관점에서 시장을 대하던 사람들한테 엄청난 충격을 준다. 무엇보다도 주목할 지점은 코틀러 자신을 마케팅 이론의 살아 있는 전설로 자리 잡아 준 상징 자산인 ‘시장 세분화와 목표 고객 설정, 브랜드 포지셔닝과 차별화’(STP), ‘제품, 장소, 가격, 프로모션’(4P)으로 이루어진 마케팅 믹스와 이에 기반을 둔 판매 전략의 유효성을 부인해 버렸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마케팅 전략은 고객 가치의 창출과 획득, 마케팅 믹스를 통한 고객 가치 전달을 중심에 두고 있다. 코틀러 자신이 정리한 이 전략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수정을 거듭하면서 전 세계 마케터들의 교과서 역할을 해 왔던 『코틀러의 마케팅 원리』(제15판, 시그마프레스, 2015)에 ..
[베스트셀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①] <지대넓얕> 채사장은 어떻게 스타 저자가 되었나? 이홍 대표와 같이 꾸미는 프레시안 좌담 [베스트셀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블로그에 옮겨 놓습니다. 한 달에 한 번 만나서 베스트셀러를 중심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생각입니다. 철지난 트렌드 분석이 아니라 현재에 대한 분석과 미래에 대한 담론이 될 수 있도록 애써 보려고 합니다. 채사장은 어떻게 스타 저자가 되었나? [베스트셀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①] 출판업계가 불황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아서겠지요.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성인 1인당 연간 독서량이 9.2권, 월 0.76권에 불과했습니다. 다른 즐길 거리가 점차 많아지는데다, 책을 읽을 삶의 여유가 없다는 점이 원인일 겁니다.그러나 위기에도 기회는 오기 마련입니..
풍월당 아카데미 6월 강의 "무엇을 사랑이라 할 것인가" 풍월당 아카데미 문학 강의 네 번째입니다. 숭고, 애도, 긍정에 이어서 이번에 다루어 보고 싶은 주제는 사랑입니다. 사랑의 탐구는 어쩌면 문학의 가장 고유한 영역 중 하나입니다. 어떤 다른 사유도 문학만큼 사랑의 구체성과 보편성을 함께 사유하지 못합니다. 오래전부터 한 번 다루어보고 싶은 주제였는데, 이번 기회에 공부 삼아 본격적으로 정리해 보려 합니다. 사랑은 인간의 감정 중에서 가장 신비로운 감정이다. 사랑은 흔히 자신의 모습을 흔히 증오로 위장하기에 더욱더 알아채기 어렵다.사랑은 문학의 가장 오래된 주제이자 영원한 탐험의 대상이기도 하다.그리스 비극에서 현대 소설에 이르기까지 사랑이 어떻게 존재하는지, 사랑이 어떻게 인간을 고귀하게 만드는지를 이야기하자. 혹시 문학 함께할 분들은 풍월당 아카데미로 ..
상암동에 사무실을 열다 토요일 아침 상암동 사무실에 홀로 나와서 책을 읽고 글을 쓴다.내일은 홍동에 내려가서 텃밭에 마늘과 양파를 심으려고 한다.아직은 마음을 조금 더 비우고 싶다. 찰랑이면서 일어나는 온갖 생각들에 익사하지 않도록. 현재 순천향대와 SBI 두 군데에서 고정으로 강의를 하고, 곧 《기획회의》에 연재를 시작한다.순천향대 강의와 SBI 강의는 맥락은 이어져 있지만, 강의 자체에 대한 내 관심은 다르다.순천향대 학생들한테 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진(Zine) 만들기라는 미디어 실천을 통해서 학생들이 어떻게 해방적 연결-노드로서 자신을 발명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미래의 책(편집) 역시 이 지점을 파고들어야 간신히 그림을 그려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SBI 강의에서 주로 이야기하려는 것은 책의 가치사슬을 새롭..
Magazine의 시대는 가고, Zine의 시대가 오다 오늘날 미디어는 말 그대로 격변 중이다. 책이든, 신문이든, 방송이든, 영화든, 음악이든, 과거의 관행을 좇아 미래를 상상해 내는 것은 도저히 가능하지 않다. 이렇듯 시간의 직선이 끊어져서 과거가 미래를 가리키지 못할 때의 현재 상태를 일컬어 ‘카오스’라고 한다. 지금 미디어 지형에서 카오스는 두 가지 사태로 나타난다. 모바일 혁명의 가속화에 따라 미디어 사이의 경계가 무너지고 서로 결합과 해체를 반복함으로써, 기존의 생산/소비 규칙이 작동하지 않는 것. 출판에서는 서점, 신문에서는 지국, 방송에서는 송전탑, 영화에서는 멀티플렉스 영화관과 같은 망의 지배력이 나누어짐으로써 자연스레 형성된 콘텐츠 영토의 분할 지배와 상호 협력적 제휴 관행이 사라지고, 스마트 기기라는 단일 평면에서 소비자의 시간을 놓고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