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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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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고준, 정우, 전혜린, 전태일, 또 다른 삶을 꿈꾸다 《문화일보》 서평. 이번에는 박숙자 선생의 『살아남지 못한 자들의 책 읽기』(푸른역사, 2017)를 다루었습니다. 『속물 교양의 탄생』(푸른역사, 2012)에 이어서 이번에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독고준, 정우, 전혜린, 전태일, 또 다른 삶을 꿈꾸다 박숙자, 『살아남지 못한 자들의 책 읽기』(푸른역사, 2017) 읽으면서 가슴이 찢겼다. 때때로 울컥하기도 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떠올랐고, 늙으신 어머니가 겹쳤다. 평생을 노동으로 자신을 증명했던 아버지는 ‘죽지 않은’ 태일이었고, 공장에서 ‘다행히’ 정년을 한 어머니는 상경하지 않은 영자였다. 달동네에서 자라 문학을 하고, 또 책을 만들며 살았던 나 자신은 이 책에서 다룬 준과 정우와 혜린의 정신적 파편이자 후예였다.준은 『광장』의 독고준이고, 정우는..
알랭 드 보통, 말콤 글래드웰, 스티븐 핑커, 매트 리들리 지적 거장들의 '썰전', 사피엔스의 미래를 묻다 2015년 11월 어느 날, 알랭 드 보통과 말콤 글래드웰, 스티븐 핑크와 매트 리들리가 한 자리에 모였다. 이 지성계의 프로레슬러들은 ‘인류의 미래는 더 나아질 것인가?’라는 주제를 놓고, 격렬한 태그매치 게임을 벌인다. 지적 거인들 간의 보기 드문 치열한 논쟁을 성사시킨 곳은 캐나다의 오리아 재단이다. 금광 재벌인 피터 멍크가 세운 오리아 재단은 한 해에 두 번 “당대에 가장 뜨거운 국제 현안을 두고 연 2회 세계 정상급 지식인들을 불러서 토론을 벌인다.” 유료 공개 토론회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 모임의 이름은 ‘멍크 디베이트’다. 참여자들은 제시된 주제에 대해 사전 투표를 하고, 유명인들의 토론을 듣고 나서 다시 투표해서 심판한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계속되어 왔다. 멍크 디베이트의 창설자 피터 ..
[문화일보 서평] 美 정의의 여신, 돈에 눈멀었나? _맥 타이비의 『가난은 어떻게 죄가 되는가』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에 따르면, 정의(正義)란 기본적으로 “사물의 공정한 분배”를 뜻한다. 정의란 언제나 “분배”를 따지는 실천이고, 따라서 그 한 갈래인 사법 정의란 “마땅히 벌해야 할 이들에게 죄를 공정하게 분배하는 것”이다.(이마미치 도모노부, 『단테 신곡 강의』) 이것이 정의의 여신 ‘유스티아’는 눈을 가린 채, 한 손에 저울을, 한 손에 칼을 든 이유일 것이다. 죄를 저지른 자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신분을 고려하지 않고, 오직 공정함과 엄정함을 무기로 법을 집행함으로써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뜻이다. 『가난은 어떻게 죄가 되는가』는 오늘날 미국에서 ‘정의의 여신’이 어떻게 돈 앞에서 눈을 뜨게 되었는가를 그 뿌리까지 파헤친 르포르타주 논픽션이다. ‘빈부 격차 시대의 미국의 부정..
메튜 베틀스, 『도서관, 그 소란스러운 역사』(강미경 옮김, 넥서스북스, 2004)를 읽다 추석 명절 첫날, 노원정보도서관에서 빌려온 메튜 베틀스의 『도서관, 그 소란스러운 역사』(강미경 옮김, 넥서스북스, 2004)을 완독했다. 출간되었을 때 상당히 흥미로워 보여서 언젠가는 읽어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절판되는 바람에 구입하지 못하고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10월에 대전 유성구 도서관 모임에서 특강이 있는데, 이 기회를 틈타 평소 많이 생각해 보지 못했던 도서관에 대한 공부를 해야겠다 싶어서 책들을 찾아서 읽는 중이다. 이 책도 그중 하나이다. 앞으로 며칠 동안 사노 신이치의 『누가 책을 죽이는가』(한기호 옮김, 시아출판사, 2002), 로널드 맥케이브의 『도서관, 세상을 바꾸는 힘』(오지은 옮김, 이채, 2006), 이노우에 스스무의 『중국 출판 문화사』(장원철·이동철·이정..
피츠제럴드의 『아가씨와 철학자』(박찬원 옮김, 펭귄클래식코리아, 2009)를 읽다 벼르던 일을 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두 주 전쯤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양억관 옮김, 민음사, 2013) 교정을 끝마치고 난 후, 기왕에 읽었던 『위대한 개츠비』(김욱동 옮김, 민음사, 2003) 말고 피츠제럴드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 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처음에는 회사에서 나온 『피츠제럴드 단편선 1』(김욱동 옮김, 민음사, 2005)와 『피츠제럴드 단편선 2』(한은경 옮김, 민음사, 2009)를 읽으려고 꺼내 놓았다가, 곧 마음을 바꾸어서 피츠제럴드의 첫 번째 단편집으로 예전에 편집 참고용으로 사 두었던 『아가씨와 철학자』(박찬원 옮김, 펭귄클래식코리아, 2009)를 이번 주 내내 읽었다. 가장 거칠고 미숙했던 시절의 피츠제럴드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 소설집이 나온 것은 1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