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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과 서평/절각획선(切角劃線)

셀라(sel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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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라(selah)는 히브리 성서에서 74번 발견된다. 학자들은 그 말이 본문에 등장할 때마다 독자는 읽기를 멈추고 잠시 동안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전 문장이 깊이 되새길 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경전 속의 시는 필연적으로 변화를 의도하며, 옮겨 적은 이는 그 변화가 읽기를 통해 시작되고 동시에 고요한 명상 속에서만 완성될 수 있음을 알았다.

셀라는 히브리 음악에도 나타난다. 합창단 지휘자가 한동안 합창단을 침묵시키는 표시라고 알려져 있다. 악곡 사이에 여백을 두는 것이다. 물론 침묵은 음악이 잦아들 때 존재한다.

셀라는 성스러운 침묵이다. 변혁을 일으키는 말, 음악, 그리고 산부인과 접수원으로부터 대략적인 정보를 얻은 이들이 영원한 변화를 앞두고 겪는 잠깐의 정지 상태이다.

셀라는 새로운 우주를 향해 폭발하는 여자의 빅뱅 직전 무의 경지이다.

_ 글레넌 도일, 『언테임드』, 이진경 옮김(뒤란, 2021), 170~1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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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라의 정확한 의미는 알 수 없다. ‘들어올리다’, ‘목소리를 높이다’ ‘찬양하다’의 뜻으로 흔히 해석하나, 악기가 연주되는 동안 노래를 멈추고 ‘잠시 침묵하다’ ‘멈추고 들으라’의 뜻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구약성서의 「시편」에 71회, 「하박국」에 3회 나오는 음악적 지시어로, 대부분 한 시편의 끝 또는 중간에 위치한다. 중간에 있을 때에는 긴 시편의 중간에 잠깐 노래나 낭송을 멈추고 쉬기 위한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아주 중요한 내용 이 있을 때 조용히 숨쉬면서 그 의미를 묵상하라는 뜻으로 이해된다.

 

글레넌 도일, 『언테임드』, 이진경 옮김(뒤란,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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