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번역/논어 공부

[시골마을에서 논어를 읽다 19] 유어예(游於藝) ― 논다는 것은 무엇인가

7-6  공자가 말했다. “도에 뜻을 두고, 덕에 익숙하고, 인(仁)에 기대고, 예(藝)에 노닐리라.” 子曰, 志於道, 據於德, 依於仁, 游於藝.


‘논다’는 것은 무엇인가. 자연스럽고 자유스럽다는 뜻이다. 이 장은 우리로 하여금 자유에 대해 성찰하도록 만든다. 자유는 어떤 일을 하는 데 방해받지 않는 것이다. 외부의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대로 하는 것이다. 방해는 한 사람이 자신만의 고유한 삶을 살아가지 못하도록 하는 힘이다. 자연으로부터 올 수도 있고, 사회로부터 올 수도 있다. 배움이란 결국 자유로워지기 위한 기술이다. 리쩌허우는 말한다. “숙달하여 완전히 장악함으로써 자유와 즐거움을 얻는다.”

이을호는 이 장이 “도(道)-덕(德)-인(仁)-예(禮)의 종합적 구조를 형성하였음”을 가리킨다고 본다. 천지의 이치인 도, 사람이 길러야 할 바탕, 다른 사람을 대하는 마음, 삶에서 필요한 각종 기예가 떨어지지 않고 하나로 합쳐져 있다는 풀이다. 공자는 도를 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수양으로 이어갔으며, 인(仁)을 이루어 가되 이를 여러 가지 수업의 밑돌로 괴었다. 이러한 삶은 인간을 완전하게 만든다. 어찌 보면 이 장은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공자의 답이라고 할 수 있다. 

김용옥은 “공자가 자기 삶의 역정을 자술한 것”으로 이 구절을 새긴다. 삶의 마지막에 이룩할 것이 예(藝)라는 점이 심오하다. 천지자연에 대한 탐구인 도에서 시작해서, 이를 기초로 내면을 닦고, 한걸음 나아가 인으로 확장하고, 마침내 우주의 운율에 맞추어 노니는 것이다. 아름다운 인생이다.


미토성(水戶城) 고도칸(弘道館)에 걸려 있는 도쿠가와 나리야키(徳川斉昭)의 글씨.


자왈(子曰), 지어도(志於道), 거어덕(據於德), 의어인(依於仁), 유어예(游於藝).

지(志)를 하안은 ‘사모하다’로, 주희는 ‘마음 가는 바’로 본다. 

거(據)를 황간은 ‘지팡이로 삼다’로, 정약용은 ‘굳게 지켜 움직이지 않다’로 새긴다. 리링은 『곽점초간』에 근거를 두고 압(狎), 즉 ‘친근하고 익숙하다’로 해석한다. 

덕(德)을 주희는 ‘도를 행하여 마음에 얻은 것’으로 풀이한다. 

의(依)를 정약용은 ‘가까이하다’로, 이을호는 ‘옷이 몸에 맞도록 가까이 의지하다’로, 주희는 ‘어기지 않다’로 해석한다. 

유(游)를 형병은 습(習), 즉 ‘익히다’로 본다. 정약용은 유학(遊學)이나 유환(遊宦)의 유(遊)와 마찬가지로, ‘물고기가 물속에서 노니는 것과 같이 익혀 자연스럽게 행하다’로 새긴다. 

예(藝)는, 하안에 따르면, 육예(六藝), 즉 예(禮, 예법), 악(樂, 음악), 사(射, 활쏘기), 어(御, 마차 몰기), 서(書, 서예), 수(數, 수학)이다. 주희는 이들이 “지극한 이치가 들어 있어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