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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職)/책 만드는 일

사람들이 편집자에 대해 궁금해하는 열 가지



어제(6월 20일)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렸습니다. 첫날 민음사 부스도 살피고, 전체를 둘러보기도 할 겸해서 일찍부터 나가 이곳저곳을 기웃대었습니다. 12시에는 북멘토 프로그램에 강사로 나섰습니다. 마침 블로거 한 분이 제 강의 사진을 올렸기에 여기에 옮겨 봅니다. 



제 강의 제목은 “사람들이 편집자에 대해 궁금해하는 열 가지”였습니다. 이번 북멘토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사람들(주로 지망생들이 많았습니다.)에게 편집자에 대해서 묻고 싶은 것들을 뽑았는데, 그중에서 많이 질문된 것들을 뽑아서 정리한 것입니다. 편집 일에 관심을 갖고 일부러 오셔서 자리를 가득 메워 주신 청중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아래에 제 강의록을 간단히 올립니다. 



Q1. 편집자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하나요?

A. 편집자는 책을 만드는 일을 합니다하지만 한 꺼풀 들추고 깊이 보면 책으로 사업을 하는 게 진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편집-디자인-마케팅은 출판 사업의 세 축인데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모두 책이라는 사물(물성)에 합쳐져 나타납니다. 이들을 조율하면서 저자와 독자 사이에서 가치를 더하는 활동을 하는 게 편집자의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편집 일의 매력은 어쩌면 책이라는 미디어의 특성 속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제가 보기에 책이란 깊은 사고와 지혜의 미디어입니다책은 느린 미디어이기 때문에 오히려 사실을 빠르게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 세계를 좀 더 높고 깊게 성찰하는 기쁨을 영원히 맛볼 수 있습니다매출과 도서의 질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이건 어려운 문제입니다잘 팔리는 책이 반드시 좋은 책은 아니니까요그러니까 편집자가 필요한 거지요좋은 책과 매출을 연결시킬 수 있는 전략적 차원의 사고가 필요합니다위대한 편집자들은 이 일을 해냈습니다.


Q2. 편집자가 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A. 일단 확인하기(내 인생인가). 읽기(책이 책을 낳으니까), 생각하기(세상을 바꾸는 가치에 대해서), 관계 맺기(사람하고 하는 일이니까). 공부하기(책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니까).


Q3. 편집자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인가요?

A. ‘낯설게 하기를 실천하기지식 그 자체보다는 지식을 표현하고 지탱하는 구조를 성찰하기책은 디테일입니다디테일을 혁신하는 게 편집자의 일입니다디테일이 달라지면 정보 자체의 질도 바뀝니다그러니까 편집자는 어떤 정보를 다르게 표현하는 법을 아는 사람입니다편집자가 되려면 반드시 들여야 할 습관이 있다면매일 신문을 읽고이것은 책이 될 거야 하는 생각을 하고 그걸 차곡차곡 노트에 기록해 둡니다언젠가 그 노트가 여러분이 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알리는 증거가 될 것이고실무에서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여러분을 도와주는 열쇠가 될 겁니다.


Q4. 편집자 학교를 다니면 도움이 될까요?

A. 도움이 됩니다절대적이진 않지만일단 정보도 빠르게 알 수 있고기본 스킬도 익힐 수 있습니다출판계 내에 인맥을 형성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요.


Q5. 출판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A. 책의 디지털화는 피할 수 없습니다지금까지 출판의 새로운 모험은 늘 독자들을 즐겁게 했고그럼으로써 책의 세계를 확장해 왔습니다전자책 시대 역시 그럴 것으로 생각합니다지금 전자책과 관련한 새로운 책 기술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고이를 익혀 두면 좋습니다.


Q6. 저자나 소재 발굴은 어떻게 하세요?

A. 평소 아는 사람이랑 한다그러면 좋지만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사람들은특히 천재들은 외롭고 늘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문제는 들어줄 능력과 그들의 꿈을 실현해 줄 능력즉 책 기술이 여러분한테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Q7. 1인 출판이라는 게 있다는데?

A. 출판은 소자본 창업이 가능합니다. 때때로 혼자 하는 것도 가능하죠. 다만그럴 경우 일단 책을 만드는 기술은 충분히 익히거나 그런 사람을 고용해야 합니다그리고 커다란 성공을 노리기보다는 자신과 가치를 같이하는 든든한 저자 집단이 필요합니다아니면 그것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먼저 해야겠죠또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게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시작해야 합니다.


Q8. 편집자도 글을 쓰나요?

A. 글을 쓰는 출판도 있습니다출판에는 편집자 중심 출판과 저자 중심 출판이 있습니다가령아동 전집이나 참고서 출판 등 편집자 중심 출판에서는 사전에 설정된 엄밀한 기획 하에서 편집자가 저자로 나서기도 합니다때때로 단행본 출판과 같은 저자 중심 출판에서도 편집자가 글을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만그건 아주 드문 일입니다. 그 경우에는 “내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가 원칙입니다.


Q9. 책을 편집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은?

A. 저는 가독성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책은 무엇보다도 읽는 것이고이를 자신의 중심으로 삼아야 합니다따라서 읽기 좋게 만드는 것이것이 책 만들기의 제1원칙입니다그런데 이를 실제로 달성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전문적 기술이 필요합니다.


Q10. 대형 출판사와 소형 출판사의 양극화가 심하다는데?

A. 대형/소형으로 분류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종합 출판사와 전문 출판사로 분류하는 게 옳습니다. 종합 출판이라 해도 내부적으로는 전문 출판의 집합으로 되어 가는 게 현재의 추세입니다. 이 책 저 책 다 내는 것보다는 특정한 분야의 책들을 중심으로 출판하고 있는 거지요. 결국 편집자가 되려 한다면, 본인이 어떤 전문성을 갖느냐가 가장 문제입니다.



이상입니다. 1시간 정도 되는 짧은 시간에 빠른 속도로 답한 것이라 충분치 않을 수도 있습니다. 참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