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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職)/책 만드는 일

[낭독 TV] 인간과 책이 만나는 새로운 방법 ‘낭독TV’를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장은수입니다. 인간과 책이 만나는 새로운 방법, 모바일 기반의 슬로 텔레비전 ‘낭독TV’를 시작합니다. 

인간과 책이 만나는 방법은 무궁합니다. 눈으로 읽고 머리로 생각하는 ‘묵독’도 있고, 책 하나를 가운데 두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정담’도 있고, 청중을 앞에 두고 저자 등이 책 이야기를 전하는 ‘강연’도 있습니다. 감명 깊게 읽은 구절을 함께 나누거나, 카드 뉴스를 만들어서 흥미롭게 전달하거나, 서평을 써서 돌려 읽을 수도 있습니다. 

오늘날 출판 환경은 책과 인간의 연결을 확장하는 동시에 단절시키고 있습니다. 모바일 콘텐츠 소비가 사회 전체에 확산되면서, 인간과 책을 연결하는 전통적 수단들은 점차로 혁신을 요구받는 중입니다. 특히, 데이터를 서로 교환하는 비용이 무료에 가깝게 떨어짐에 따라, 우리는 단지 문자 텍스트만을 이용하는 소통만이 아니라 그림, 사진, 동영상 등 더 많은 소통 요소를 집어넣은 방식의 소통을 원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러한 시대 변화에 발맞추어 온갖 모바일 미디어들이 출현하고, 이들이 모바일 기기에 적합한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만들어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를 활용해서 소통을 혁신하고 있습니다.

모바일 시대에 맞도록 인간과 책이 만나는 방법을 혁신하고, 이를 통해 비독자를 독자로 만들고 독서습관의 계기를 만들어 주는 일은 제 오랜 고민 중 하나였습니다. 책의 소셜 오브젝트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원센텐스의 ‘구절’, 비블리의 ‘책장’, 밀리의서재의 ‘서재’, 열정에기름붓기의 ‘이미지’, 빨간책방의 ‘소리’, 알라딘서재의 ‘서평’, 네이버 책문화 판의 ‘연재’, 그리고 소셜 인플루엔서로 활약하는 ‘저자’ 자신 등이 있죠. 모두 훌륭한 수단이고 인간과 책을 연결하는 방법들입니다. 

하지만 ‘영상’은 드물었습니다. 출판 현장의 특성상, 적은 인원으로 만들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출판계 일반의 눈높이에 맞추려면 고도의 전문성도 어느 만큼은 필요했으니까요. 요즈음 ‘실시간 방송’을 중심으로 해서 영상을 소셜 오브젝트로 삼아 책을 알리는 채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저 역시 ‘TV, 책을 보다’에 출연한 직후, 이 문제를 고민한 적이 잠깐 있습니다. 



민음사를 나와 제가 한 여러 가지 일 중에 순천향대 미디어콘텐츠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것도 있습니다. KBS PD 출신으로 민음사의 필자였던 홍경수 교수의 호의 때문이었습니다. 홍 교수는 방송국에 있을 때 「낭독의 발견」이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인간과 책이 만나는 전통적인 방법인 ‘낭독’을 현대 대중미디어에 접목하는 데 커다란 시사점을 제공한 장본인입니다. 이 프로그램 이후, 낭독의 가치가 사회 전체에 알려지고, 나중에 낭독콘서트 등이 활성화되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비슷한 연배의 저희 두 사람은 가끔씩 ‘인간, 책, 미디어’를 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다 방송을 향한 홍경수 교수의 열정과 책에 대한 제 애정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학생들과 함께 새로운 시도를 해 보기로 했습니다. 두 사람이 같이 돈을 출자하여 ‘낭독TV’를 만들기로 한 것입니다. 저희가 열정을 불사르면서 학생들 경력을 만들어 주기 위한 일종의 ‘파일럿 벤처’ 같은 회사입니다. 



낭독은 인간과 책이 만나는 가장 원초적 방식입니다. 운이 좋지 않은 극소수를 제외한 대다수 인간들은 ‘목소리’라는 악기를 갖고 있습니다. 낭독은 언제, 어디에서나, 이 악기를 이용해서 책과 만나는 방식입니다. 누구나 낭독이라는 가장 단순한 행위를 통해서 자기가 이 세상에 전달하고 싶었던 것들, 마음에 담아두었던 것들을 온 세상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습니다. 

‘낭독TV’는 낭독을 통해 인간과 인간이 연결되고, 책과 책이 연결되며, 인간과 책이 연결되는 새로운 세상을 꿈꿉니다. 때로는 저자들이 가진 고유한 목소리가 사람들을 찾아갈 것입니다. 때로는 책을 통해 자신의 운명을 깨어나게 한 이들의 목소리가 사람들을 찾아갈 것입니다. 문자만으로는 전달하기 힘든, 문자와 목소리의 결합을 통해 만들어지는 새로운 세상을 열려고 합니다. 낭독을 통해서 인간과 책이 연결되는 새로운 통로가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오래전부터 고백해 왔지만, 저의 관심은 책이라는 물건보다는 읽기 그 자체입니다. 출판의 가장 본원적인 사업은 책을 만들어 내는 게 아니라 읽기를 만들어 내는 겁니다. 읽기가 있는 곳에 출판이 있는 것이고, 읽기가 있는 곳에 책이 있는 것입니다. 읽기 자체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장식적인 책 같은 것들은 일시적 소유욕은 불러일으킬지 몰라도, 저한테는 그다지 매력적인 책은 아닙니다. 저한테 책은 항상 읽기를 만들어 내는 도구와 같은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낭독TV’를 역시 책을 만드는 하나의 형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불쑥 연락할 때 출연을 거절하지 말아 주시고, 많은 사랑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제1회 출연자 『82년생 김지영』의 작가 조남주

제2회 출연자 『유에서 유』의 시인 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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