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에 『출판의 미래』가 소개되었습니다. ‘출판 평론가’이자 ‘출판 정책 제안자’라는 정체성이 저한테는 좀 낯서네요. 물러나면 책 읽는 사람이 되고, 나아가면 책 만드는 사람이 되는 삶이 전부가 아닐까 싶습니다. 출판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은 읽기의 와중에 나온 부수적 효과일 뿐입니다. 단순한 페이퍼 비즈니스를 넘어서는 혁신이 출판에 필요하다면, 읽기를 조금 더 오래, 길게 하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겠죠. 아래에 옮겨둡니다.
종이책 넘어 정보·지식 파는 콘텐츠 비즈니스로
장은수, 『출판의 미래』 출간
“지금 우리 출판 비즈니스에는 혁신이 필요하다. 출판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출판 영역을 노리는 온·오프 라인의 콘텐츠 기업들이 책의 세계를 혁신하려고 움직일 것이다.”
민음사 편집자·주간·대표이사를 거쳐 현재 출판 평론가이자 출판 정책 제안자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장은수(사진)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출판 비즈니스에서 혁신은 ‘필요’를 넘어 출판의 생사를 가를 ‘절실한 현실’이라고 말한다.
장 대표는 최근 출간한 ‘출판의 미래’(오르트)에서 출판 선진국들의 혁신 움직임을 전하고 한국 출판이 나가야 할 방향을 조언한다. 그런 점에서 책은 현재 진행형 ‘출판 트렌드’ 조망서인 동시에 출판사들과 편집자들을 위한 실용적 지침서 역할을 톡톡히 한다.
장 대표는 이제 출판은 종이책을 파는 컨테이너 비즈니스에서 정보와 지식을 파는 콘텐츠 비즈니스로 이행하고 있다고 한다. “네이버 웹툰 웹 소설의 성공에 이어 네이버 포스트, 카카오 브런치 등 차세대 출판 모델이 책의 세계로 들어오고 있다”는 그는 여기에 올라온 글들을 저자 발굴을 위한 새로운 기회로 여기는 출판사에 따끔하게 충고한다. “새로운 저자 발굴의 기회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어불성설이다. 원고 발굴에 목마른 작은 출판사라면 몰라도 어느 규모에 이르러 독자적인 사업 기획이 가능한 출판사조차 한가하게 이런 생각을 한다면 MP3 생태계와 음반 생태계의 변화로부터, 웹툰 생태계와 만화책 생태계의 변화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이 같은 전제 아래 장 대표는 현재 전 세계 출판 시장에서 진행 중인 주요 트렌드를 살핀다. 이 흐름 중 가장 극적인 변화 중 하나는 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워 전 지구적으로 활동하는 출판사들, 즉 슈퍼 자이언츠의 등장이다.
지난 2013년 세계 단행본 출판을 지배하던 랜덤하우스와 펭귄이 합병해 탄생한 펭귄 랜덤 하우스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들 슈퍼 자이언트들은 아마존과 같은 유통의 독주를 견제하며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는 한편 지식 콘텐츠 사업으로 전환되는 출판 산업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장 대표는 분석했다.
이와 함께 인터넷, SNS 등으로 만들어진 초 연결 사회에서 출판사와 편집자의 역할은 ‘좋은 책을 만드는’ 책 생산을 넘어 어떤 독자가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각각의 고객에게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상품을 찾아주고 선택해주고 제안해주는 독자 서비스까지 확대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출판은 이제 책을 파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에게 읽기 습관을 판매하는 사업이라는 지적도 인상적이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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