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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職)/책 세상 소식

1000쪽 넘는 벽돌책을 내는 진짜 이유

《한국일보》에 1000쪽 넘는 벽돌책에 대한 조태성 기자의 기사가 실렸다. 상당히 흥미로운 기사다. 아래 인용해 둔다. 


한동안 누워 잘 때 베개로 쓸 만한 두께의 ‘벽돌책’이 화제였다. 그런데, 기준을 조금 더 높여(벽돌책이 600~700쪽 정도라면) 아예 1,000쪽이 넘는 책들도 요즘 적잖게 나오고 있다. 말하자면 ‘베고 자려 해도 목이 부러질 책’들이다. 단군 이래 최대 출판 불황이라는데 도대체 이런 책은 왜 낼까.

최근 교보문고에 의뢰해 1,000쪽 이상 되는 책 리스트를 뽑았다. 사전, 전집류는 다 빼고 단행본을 기준으로 삼았다. 디지털 때문에 아날로그가 죽어가는 시대라는 아우성이 가득하건만, 의외로 1,000쪽이 넘어가는 책의 융성은 ‘21세기적 현상’이다. 1990년대에는 1,000쪽 이상의 책이 한 해 10권이 채 안 됐지만, 2003년 26권으로 20권대를 처음 돌파하더니 2007년에는 61권에 달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출판계가 불황을 겪고 있다는 말은 오래 됐지만, 실질적으로 출판 시장 전체의 성장세는 2010년 전후까지 꾸준히 이어졌다”면서 “그런 추세가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2007년을 정점으로 1,000쪽 이상 책의 발행 수는 다시 줄기 시작했다지만, 그래도 한 해 40권 안팎으로 지속적으로 출간되고 있다. 출판계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전에만 해도 책이 좀 두꺼워질 만하면 책을 상․중․하, 1․2․3 하는 식으로 분권해서 내는 게 일종의 유행이었는데 이런 경향이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기사였다. ‘벽돌책은 좀처럼 손해 보지 않는다.’라는 출판계 속설을 취재로 입증하려 했다. 

하지만 편집자라면 내용이나 분량에만 주목해서는 안 된다. 이 책들은 사실 독자의 지불의사가 평균적으로 높은 책들이다. 독자의 지불의사를 따지지 않고, ‘벽돌’에만 집착하다가는 자칫 하면 투자자금이 크게 묶이게 된다. 

번역서의 경우에는 번역자에 대한 충분한 보상 등이 따르는지, 출판 명분과 출판사 수익에만 집착하는 것은 아닌지도 관건이다. 장기적으로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고객 지불의사가 높은 책은 벽돌책 말고도 국내외 화제작, 이슈 파이터, 베스트셀러 필자의 후속작, 상품 결합 서적 등 여러 갈래로 나뉠 수 있다. 각자 상황에 맞도록 알맞은 길을 택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