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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職)/책 세상 소식

출판사, 강연 시장으로 진출하다 (조선일보)

요즈음 출판사들은 참 바쁩니다. 종이책 중심의 페이퍼 비즈니스로부터 종이책, 전자책, 강연, 문구 등 다양한 콘텐츠 상품을 기획하고, 이를 독자들과 나누는 콘텐츠 비즈니스가 성행하는 중입니다. 이에 따라 할 일도 참 많아졌죠. 출판사의 비즈니스 모델이 종이책 중심의 단순하고 선명한 모델에서 콘텐츠 중심의 융합적이고 복합적인 모델로 옮겨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늘 아침, 《조선일보》에 메디치미디어, 휴머니스트, 창비 등 ‘말’의 영역으로 진출하는 출판사들 이야기가 기사로 나왔습니다. 기존에 굳게 자리 잡은 위즈덤하우스, 인플루엔셜 이야기도 곁들였네요. 이와 관련한 제 인터뷰 내용도 같이 실렸기에 아래에 옮겨둡니다. 

“디지털 기술 등장 이후 정보 교류는 시각 중심에서 벗어나 오감을 활용하는 ‘토털 커뮤니케이션’으로 바뀌고 있다. 출판사도 이제 책만 만드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곳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3/29/2016032900040.html



무동학교메디치미디어에서 만든 컬처컴퍼니썸에서 개설한 무동학교


책 보여드립니다, ‘글’이 아닌 ‘말’로

신동흔 기자


강연 시장 진출하는 출판사들

도서 전문 팟캐스트 인기 끌고 사옥에 강의실 마련한 출판사도

출판사들이 강연 전문 자회사를 설립하고, 출판사 대표가 출판 관련 팟캐스트의 진행자로 나서는 등 출판 영역이 ‘글’에서 ‘말’로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다.

메디치미디어 출판사는 최근 사옥 한쪽에 강의실을 마련하고 상설 강의를 개설했다. 강의를 전문으로 기획하는 ‘컬처컴퍼니 썸’이라는 별도 법인까지 만들어 문과대 졸업생에게 이공계 지식을 전달하는 ‘무동학교’를 개설했다. 김현종 메디치미디어 대표는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발명하기 전엔 모든 콘텐츠가 ‘말’로 유통되지 않았느냐”며 “강연이야말로 다양한 저자 네트워크를 가진 출판사가 생산할 수 있는 콘텐츠”라고 말했다. 옛날처럼 음성 언어를 통해 지식과 이야기가 전파된다는 점에서 이를 ‘말의 귀환’으로 보기도 한다.

강연이 뜬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기업 임직원 교육부터 TV 프로그램 ‘강연 100도씨’ 등에 이르기까지 강연 시장은 이미 급성장했다. 인기 강사들 중에는 베스트셀러 저자도 많은 편이다. 편집자들 사이에선 “책을 안 읽는 사람들이 강연으로 몰려가는 상황은 답답하다. 남 좋은 일만 시키고 있다”는 불만이 공공연히 나왔다. 최근엔 상황이 역전되어 강연이나 팟캐스트를 업(業)으로 삼던 사람들이 출판에 진출해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지난해 화제작 『미움 받을 용기』를 낸 인플루엔셜이 강연 전문 기획사로 시작해 출판에 진출한 경우다. 김혜영 인플루엔셜 팀장은 “청중을 모으기 위해 대중의 취향을 생각해 온 습관이 출판 기획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출판사들은 ‘문자 텍스트’ 일변도에서 벗어나고 있는 중이다. 휴머니스트 김학원 대표는 지난 7일부터 ‘독자적인 책수다’라는 팟캐스트를 시작했다. 주 1회를 기본으로 인문 분야의 주요 저자를 초청해 책 내용을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대담 형식으로 ‘말’을 통해 색다른 독서 경험을 전달한다. 김 대표는 “출판사들은 지식 영역에서 자기 책으로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며 “그동안 1000명 이상의 국내 저자와 책을 낸 경험을 바탕으로 저자와 독자가 직접 소통하는 팟캐스트를 만들겠다”고 했다. 위즈덤하우스의 ‘빨간책방’은 이 분야 최고 인기 방송으로 자리 잡았다.

출판사 창비도 최근 서울 서교동에 문을 연 신(新)사옥에서 2월 중순부터 ‘창비학당 1기’생을 모집해 강의를 시작했다. 12개 프로그램에 300여명이 참여했다. 강경석 창비학당 기획실장은 “출판사의 인문학 기반 강연이 활성화되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의 독자 대중이 성장한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강연에서 직접 수익을 내야 한다는 시각도 강화되고 있다. 수십 년 축적된 ‘저자 네트워크’를 가진 출판사들이 새로운 시장에서 불리할 이유도 없다는 것. 

최근 『출판의 미래』를 출간한 편집문화실험실의 장은수 대표는 “디지털 기술 등장 이후 정보 교류는 시각 중심에서 벗어나 오감을 활용하는 ‘토털 커뮤니케이션’으로 바뀌고 있다”며 “출판사도 이제 책만 만드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곳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