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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職)/책 세상 소식

웹소설의 성장이 출판에 의미하는 것



《한국경제신문》에서 가장 즐겨 보는 기사 중 하나가 ‘김보영 기자의 콘텐츠 insight’이다. 문화 콘텐츠 트렌드를 잘 포착해 주어서 아이디어 소스로 사용하기에 그만이다. 오늘 실린 기사는 「쉽다, 가볍다…이미지 홍수 시대, 쑥쑥 크는 웹소설」이다. 출판과 긴밀한 관련이 있기에 옮겨 둔다.


웹소설이 급성장하고 있다. 전체 시장 규모는 크지 않지만 매출이 해마다 2~3배씩 뛰고 있다.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출판 관련 업계의 변화가 미미한 것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수치다. 네이버 웹소설과 조아라·문피아·북팔 등을 모두 합쳐 2014년 웹소설 전체 매출은 약 400억원으로 추산됐다. 지난해에는 800억원을 넘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올해에는 1000억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1년에 ‘억대’ 수입을 챙기는 웹소설 작가도 이미 수십 명이다.


사실 이런 자가출판 소설들은 정보화시대의 독자들을 서점에 록인(lockin)하는 데 가장 효과적 콘텐츠 중 하나다. 웹툰 열풍에 제때 대응하지 못했다가 출판의 영역에서 만화 장르를 거의 상실한 데 이어서, 가벼운 읽을거리를 제공하는 장르소설마저 떨어져 나간다면 출판의 위기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따라서 웹소설 열풍은 출판 위기의 긴박한 상징이 된다.

출판의 사명은 책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와 독자를 연결해서 읽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전자책으로 독서 습관을 들인 독자들이 종이책도 더 많이 읽는다. 소설처럼 비목적 독서를 즐기는 독자들이 궁극적으로 더 많은 책을 읽는다. 장르소설이나 만화 등은 독자들에게 읽는 습관을 붙여서 평생의 독서를 이룩하는 데 입구 역할을 하는 거대한 통로나 다름없다. 

기사에 이미 나와 있듯이, 매출 자체도 급성장 중이다. 영화, 드라마, 게임 등 관련 산업의 콘텐츠로 재사용되는 원천 산업으로서 가치도 높다. 강 건너 불 보듯 할 일이 아니다. 이런 독자들이 아예 서점을 찾지 않으면, 즉 출판이 이런 작품들을 마음껏 쓰고 읽을 수 있는 장을 서점 등을 통해 제공하지 못한다면, 출판은 미래 독자를 만드는 큰 축을 분명히 상실할 것이다. 

출판의 미래를 위해서는 출판이 제조 비즈니스라는 생각에서 빨리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제는 콘텐츠를 종이책, 전자책, 전자 콘텐츠, 강연, 굿즈 등으로 융합화, 복합화하는 새로운 비즈니스적 상상력이 출판에 요청되는 중이다. 골든타임을 놓치기 전에 출판 관련 단체들의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 이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