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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職)/책 만드는 일

한 권의 책을 파는 데 마케팅 비용은 얼마나 쓸 수 있을까?


출판계 몇몇 사람들이 스타트업 바이블에 올라온 평생고객가치에 대한 글을 읽고 있기에 문득 출판마케팅에 대해서 평소 생각했던 것을 써보았습니다. 오늘 일하기 싫은 게 틀림없네요. 자꾸 딴짓을 하는 것을 보니 말입니다. 


독서공동체 초청 저자 낭송회 사진


경영학에서 고객획득비용(CAC)이란, 고객 한 사람을 확보하는 데 들이는 비용을 말한다. 평생고객가치(LTV)란, 그렇게 해서 확보한 고객이 평생 동안 구매한 상품 가치를 말한다. 

가령, 칫솔 회사가 1억 원을 들여서 1000명의 고객을 얻었다면, 고객획득비용은 10만 원이다. 그 고객의 평균 연령이 30세이고, 2개월에 한 번 1500원짜리 칫솔을 구매한다고 하자. 그러면 고객 한 사람이 한 해 9000원어치 칫솔을 구매하는 셈이고, 평균 연령을 80세로 잡으면, 평생고객가치는 45만 원이다. 중간에 칫솔을 바꾸지만 않는다면, 마케팅 비용을 효율적으로 집행한 셈이다.

마케팅 없이 상품을 팔 수 없는 세계에서는 고객획득비용하고 평생고객가치 사이의 계산은 정말 중요하다.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지불해서 손해를 보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론상 고객획득비용은 평생고객가치를 넘을 수 없다.  

그럼 책 한 권을 팔려고 할 때 쓸 수 있는 고객획득비용은 얼마나 될까? 이론적으로 책은 두 번 사지 않으므로 정말 눈곱만큼 적다.ㅜㅜㅜ 책 한 권이 13000원이라고 생각하고 각자 계산해 보기 바란다.

고객획득비용이 이렇게 적은 상품은 바이럴(입소문) 외에는 다른 마케팅 수단이 없다. 게다가 책은 네트워크 효과가 아주 크게 작용하는 상품이므로 초기에 입소문이 나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다. 따라서 "적은 비용으로 많은 입소문을 만들어내는 것"이 언제나 출판 마케팅의 과제였다. 

출판이 언론 홍보에 주로 의존해 온 이유는 언론 홍보가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언론의 힘이 많이 약해져 있는 오늘날에도 이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서점 배본이 판매에 가장 중요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이다.

지금 한국 출판이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는 도서정가제로 가격 할인을 못해서가 아니라 그동안 출판 마케팅이 주로 의존해 온 이 두 가지 요소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아서이다. 이미 말했듯이, 책은 네트워크 효과가 강한 상품이기에 초기 마케팅이 충분하지 못하면 판매는 더 크게 나빠진다. 초기 판매가 줄면 나중 매출은 더 크게 줄어든다고 보면 된다. 이 때문에 출간 초기에는 손해를 보더라도 비용을 들여 마케팅을 집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성립된다.

다시 말하지만, 도서정가제 탓에 판매가 줄어든 게 아니다. 그건 이행기에 일어난 우연일 뿐이다. 지난 몇 년 동안 가격 할인과 관계 없이 독자는 꾸준히 줄어들었고 판매 역시 평균적으로 그러했다. 물론 도서정가제 실시가 이 추세를 빠르게 했을 수 있다. 어쨌든 언론 홍보와 서점 배본으로는 이제 책이 '충분히' 팔리지 않는 시대다. 따라서 이들 수단 이외에 "적은 고객획득비용을 들여서 많은 입소문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은 출판사는 점점 강해질 것이고, 그렇지 못한 출판사는 아마 급격히 약해질 것이다. 

내가 '연결'이라고 부르는 것은 출판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쏟으라는 촉구이자 솔루션의 상징이다. 문제는 마케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