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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과 서평/책 읽기

[문화일보 서평] 정보 폭풍시대 뇌(腦)를 청소해야 성공한다

정보 폭풍시대 腦를 청소해야 성공한다

정리하는 뇌 /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김성훈 옮김/ 와이즈베리



오늘은 고백해 버리자. 나는 이런 종류의 책을 좋아한다. 인생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방법을 전문적인 학자가 최신 과학연구 결과를 이용해 조목조목 설명해 주는 책. ‘실용적 과학서’라는 이름을 여기에 붙이자. 같은 주제의 인문학 책을 읽어도 괜찮지만 과학의 첨단 연구가 밝혀주는 정보들이 신선한 시야를 열어줄 뿐만 아니라 왠지 믿음직하게도 보인다.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진짜 해결책을 마련하고 싶을 정도로 생활에 밀착한 문제를 다루니까 분명히 실용은 맞다. 하지만 차고 넘치는 이른바 ‘과학적 실용서’와는 달리 ‘실용적 과학서’에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구조적 통찰이 있다.

대니얼 레비틴의 ‘정리하는 뇌’는 ‘실용적 과학서’의 한 전형을 보여준다. 제목 그대로다. ‘정리’라는 현대의 문제를 ‘뇌’를 다루는 과학의 입장에서 풀어간다. 오늘날 현대인은 그야말로 정보의 폭풍 속에서 살아간다. 오감을 통해 들어오는 자극들이 뇌의 건반을 1초에도 수천 번 건드려 연주하는 신호와 소음의 교향곡이 얼을 빼놓은 상태다. 이렇듯 머릿속이 항상 뒤죽박죽인 상태인 데다가 주변에 쌓인 물건들, 주어진 일을 채 끝마치지도 전에 새로 밀려드는 과업들, 가족이나 친구와도 정을 못 풀었는데 계속 관심을 호소하는 사람들···. 떠올리면 끔찍한 생지옥이 바로 우리 삶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정리 관련 서적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은 달리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정리는 인간이 생존하려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증의 문제로 떠올랐다.

저자에 따르면 “2011년 미국인이 하루에 처리하는 정보량은 1981년에 비해 다섯 배나 많고, 그 양은 신문 175부에 이른다.” 애초에 인간이 이만 한 정보를 처리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우리의 뇌는 하루에 특정 개수만큼의 판단만 내릴 수 있게 구성돼 있어 그 한계에 도달하면 중요도에 상관없이 더 이상 판단을 내릴 수 없다.” 게다가 뇌가 한 번에 받아들일 수 있는 정보 숫자 역시 제한되는데, 그 숫자는 아주 적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정보는 간직하고, 어떤 정보는 처리를 미루고, 어떤 정보는 지워서 제거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뇌가 우리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1.4㎏의 우주인 뇌는 그 안에 몇몇 영역으로 분할되어 있는데, 그 영역이 각각 다른 마음을 가지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뇌는 치밀하게 설계된 신축 건물이라기보다는 층마다 되는 대로 조금씩 뜯어고치며 버텨온 오래된 집과 비슷하다. 기억을 이루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다르게 진화해 아슬아슬하게 협력하거나 때때로 갈등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기억을 우리 마음대로 완전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환경에서 저자는 주의를 끄는 정보를 메모하는 등 뇌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필요한 정보를 입력하고, 또 중요한 정보마다 이야기나 장소 같은 관련성을 부여함으로써 뇌가 쉽게 정보를 끄집어낼 수 있도록 효율 높게 정리할 것을 권한다. 그러면 집중력이나 상상력 같은 제한된 정신 자원을 좀 더 창조적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러한 좋은 예를 최고로 성공한 사람들의 습관에서 찾는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흥미로웠다.

최고로 성공한 사람들은 오직 현재에만 집중한다. 일상의 자질구레한 일들은 비서나 보좌진에게 맡기고, 자신이 가진 모든 주의력을 자기 앞에 놓인 일에 쏟아붓는다. 이들이 다른 사람보다 창조적일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이러한 ‘기억의 외부화’ 덕분이다. 뇌가 창조 외에 다른 일에 신경 쓰지 않도록, 바깥에 뇌를 돕는 각종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물론 보통 사람들도 이와 비슷한 일을 한다. 가령, 현관 옆에 장을 만들어서 신발을 분류한다든지, 함을 갖춰서 서류를 종류별로 넣어둔다든지, 수첩을 이용해서 그때그때 대화나 떠오른 생각을 기록하는 등의 행동도 같은 이유에서 수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고로 성공한 사람들은 이에 덧붙여서 매일 한 가지 일을 한다. ‘능동적 분류’라고 부르는 행동이다. 정신이 산만해지지 않도록 온갖 정보를 적극적으로 분류해 다시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당장 처리할 것, 중요하지만 나중에 처리할 것, 중요하지 않고 나중에 처리해도 되지만 보관할 것, 버릴 것 등으로 분류한 후, 당장 처리할 것을 일단 행한 후 나머지는 시간에 맞추어 정기적으로 재점검한다. 한마디로 뇌를 정기적으로 리셋하고 청소하는 것이다. 산만 속에서 사는 것을 천명으로 하는 나로서는 꼭 배우고 싶은 기술이다.

책은 개인, 인간관계, 회사에 이르는 사회 전반의 영역에 걸쳐 필요한 정리의 기술을 총체적으로 다룬다. 정리에 대한 이론을 퍼뜨리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그 와중에 수없는 고수들의 실례를 수집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읽는 내내 흥미로웠던 것은 양자의 조화가 절묘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