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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문(雜文)/공감과 성찰

완두를 따면서


첫 수확의 때가 왔다. 어제 오후 완두를 소복이 따서 담았다. 집으로 가져가서 밥에 놓아먹거나 쪄서 까먹을 생각이다. 입에 저절로 군침이 돈다. 초여름 가뭄이 계속되면서 밭작물이 실하지 못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걱정했는데, 실하게 무척 많이 열려서 다행이다. 앞으로도 몇 번은 더 수확해서 온 가족이 나눌 생각을 하니 마음이 저절로 즐겁다.

새벽에 일어나 밭으로 나가 생채, 상추, 적상추 등(아직 이름을 제대로 구분 못 한다.ㅠㅠ)을 따서 챙겼다. 저녁에는 고기 두어 근 사서 온 가족이 둘러앉아 쌈을 먹을 생각이다. 지난주에 한아름 가져갔는데도 한 봉지 가득 담을 정도로 다시 자랐다. 새삼 땅의 힘을 느낀다. 심고 조금만 가꾸면 발버둥치면서 살려고 애쓰지 않아도 밥상의 풍요를 만들어 낸다.

한 번뿐인 이 삶의 남은 삼분의 일을 무엇으로 사느냐는 정말로 중요하다. 지금까지 삼분의 일은 공부하느라 썼고, 또 다른 삼분의 일은 일하는 데 소진했다. 이마미치 선생의 말처럼 행복은 심리학이 아니라 존재론이다. 행복은 원인이 아니라 삶의 결과다. 어떤 마음을 먹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행복을 삶으로 가져온다. 새벽에 밭고랑을 걸으며 생각한다.

“무엇을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