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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職)/책 만드는 일

상암동에 사무실을 열다




토요일 아침 상암동 사무실에 홀로 나와서 책을 읽고 글을 쓴다.

내일은 홍동에 내려가서 텃밭에 마늘과 양파를 심으려고 한다.

아직은 마음을 조금 더 비우고 싶다. 찰랑이면서 일어나는 온갖 생각들에 익사하지 않도록.


현재 순천향대와 SBI 두 군데에서 고정으로 강의를 하고, 곧 《기획회의》에 연재를 시작한다.

순천향대 강의와 SBI 강의는 맥락은 이어져 있지만, 강의 자체에 대한 내 관심은 다르다.

순천향대 학생들한테 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진(Zine) 만들기라는 미디어 실천을 통해서 

학생들이 어떻게 해방적 연결-노드로서 자신을 발명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미래의 책(편집) 역시 이 지점을 파고들어야 간신히 그림을 그려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SBI 강의에서 주로 이야기하려는 것은 책의 가치사슬을 새롭게 상상하는 것이다.

제품에서 유통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책의 새로운 가능성들이 숨어 있다고 믿는다.

그 가능성을 전 세계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새로운 출판 실천들을 통해 들여다보는 것이다.

현미경을 통해서 우주를 내다본다는 마음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

《기획회의》 연재물은 예전부터 생각해 왔던 것인데, 

편집자로 살아가면 반드시 맞닥뜨리게 되어 있는 질문들에 대해서 답을 시도해 보려고 한다.

가령, "좋은 책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기획할 수 있는가?"와 같은 질문들.....

이 질문들은 대부분 나 자신으로부터 나온 것이지만, 

북바이북의 오효영 편집장이 후배들이 궁금해하는 수많은 질문들을 모아 주면서 나를 격려하고 있다.

지나치게 추상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요즈음 발신되는 최신 자료를 최대한 많이 이용해 보려는 중이다.

그러고 보니 이 세 가지는 서로 깊은 곳에서 연결되어 있다. 

미디어 실천의 틀 속에서 출판을 고민해 보고, 이를 통해 새로운 자리(편집자)를 생성하는 것.


어제 후배가 안겨 준 꽃다발이 눈을 즐겁게 하고 다른 후배가 사다 준 향이 사무실을 휘돈다.

눈과 코가 모두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