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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후한서

‘후한서 본기’ 국내 첫 완역(해럴드경제)


이번에 후한서』를 출판하고 나서 주요 일간지 여기저기에 기사가 났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모두 감사드립니다. 하나씩 이 블로그에 옮겨서 차례대로 소개합니다.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중국 고대사를 기술한 대표적인 기전체 역사서 중 하나로 꼽히는 범엽(398~445)의 ‘후한서 본기’(새물결)가 국내 최초로 완역돼 출간됐다. ‘본기’와 ‘열전’ ‘지’ 등 세 부분으로 구성된 ‘후한서’는 사마천의 ‘사기’, 반고의 ‘한서’, 진수의 ‘삼국지’와 함께 중국사 전체를 포괄하는 이십오사 중 으뜸인 ‘사사’로 불린다. 

이 책의 출간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국내 최초 완역’이라는 점말고도 또 있다. 번역자다. 문학평론가이자 편집인으로 오랫동안 출판계에 몸담아왔던 민음사의 장은수 대표가 1965년 5월 중화서국이 간행한 판본을 꼼꼼히 옮겼다. 뿐만 아니라 장은수 대표가 자신이 적을 두고 있는 민음사가 아닌 출판사 ‘새물결’의 이름을 달고 출간한 점도 눈에 띈다. 

장은수 대표가 712페이지에 이르는 긴 번역의 장도에 오르게 된 계기는 진수의 ‘삼국지’였다. 장대표는 이를 우리말로 옮긴 김원중 교수의 ‘정사 삼국지’를 때때로 원문과 비교해가며 읽다가 이 시기를 다룬 또 다른 역사서인 범엽의 ‘후한서’를 떠올렸다. 그는 우리말 번역본을 찾으려 했으나 완역본이 없음을 알고는 직접 원문 중 일부를 풀어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고, 이것이 결국 몇 년간에 걸친 완역으로 결실을 맺게 됐다. 

‘후한서 본기’는 고조 유방이 세운 한나라가 망한 지 불과 십여년도 지나지 않아 잇따른 실정으로 왕망의 신나라가 혼란에 빠져들자 이에 전한의 종실인 광무제가 의병을 끌고 일어나 한을 재건한 이후 약 200년간의 역사를 담았다. 명제와 장제, 화제의 삼대가 이룬 짧은 전성기 이후 어린 황제들의 연이은 즉위로 황권을 둘러싼 외척, 환관, 호족등의 권력투쟁이 격화된 중기, 환관의 전횡이 극에 달하자 민중들이 누런 수건을 머리에 두르고 봉기한 황건의 난, 조조, 유비, 손권이 대륙의 패권을 놓고 싸웠던 삼국지의 시기, 그리고 한의 마지막 황제인 헌제가 위나라의 조비에게 천자의 자리를 넘기기까지의 파란만장한 역사가 기록됐다. 

장은수 대표는 “‘중화中華’라 불리는 한족 문명의 거대한 용광로 속에서 유목 민족들의 끊임없는 정치적ㆍ군사적 도전을 물리치고 더 나아가 자신의 일부로 녹여 간 중국사의 고유한 특성이 이 시기에 감히 틀이 완벽하게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다”며 “그 결과 중국은 황하 유역의 지역 문명을 넘어서 중국 대륙 전체를 아우르고 나아가 동아시아 전체의 보편으로 인식되는 거대한 시스템을 비로소 선보일 수 있게 됐다”고 후한서에 담긴 중국 고대사의 의미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