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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職)/책 만드는 일

아디오스, 마르케스!

오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세상을 떠났다. 여든일곱 살이다.


‘이야기하기 위해 살다.’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되어 버린 자서전의 제목처럼 마르케스는 전 세계의 독자들을 매혹시킨 뛰어난 이야기꾼으로서 평생을 살았다. 독재와 가난으로 얼룩진 남미의 현대사를 배경으로 고통받는 민중들의 삶을 특유의 환상적 상상력으로 승화한 그의 작품들은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는 새로운 문학의 영토를 이룩했다. 그리고 그의 영지는 수많은 후배 작가들과 독자들이 문학을 순례할 때 반드시 들러야 하는 필수 코스가 되었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Gabriel Garcia Marquez

(1927년 3월 6일~2014년 4월 17일)



마르케스의 타계 소식을 듣고 곧바로 『백년의 고독』(조구호 옮김, 민음사, 2000)을 다시 꺼내 읽기 시작했다. 『콜레라 시대의 사랑』(송병선 옮김, 민음사, 2004),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조구호 옮김, 민음사, 2008) 등과 함께 그의 대표작이다. 이 작품은 다음과 같이 끝난다.


그는 마지막 행에 도달하기 전에 자신이 그 방에서 절대로 나가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이미 이해했는데, 그것은 아우렐리아노 바빌로니아가 양피지의 해독을 마친 순간 거울의 도시(또는 신기루들)는 바람에 의해 부서질 것이고, 인간의 기억으로부터 사라져 버릴 것이고, 또 백년의 고독한 운명을 타고난 가문들은 이 지상에서 두 번째 기회를 갖지 못하기 때문에 양피지들에 적혀 있는 모든 것은 영원한 과거로부터 영원한 미래까지 반복되지 않는다고 예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백년의 고독한 운명을 타고난 가문들”만 “이 지상에서 두 번째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인생을 두 번 살 수 없다. 마르케스는 자신에게 주어진 첫 번째이자 마지막 기회를 치열하고 아름답게 살아 마침내 인류 전체의 가슴속에 영원히 떠서 지워지지 않을 별이 되었다.


이번 주말은 마르케스의 작품들을 꺼내 읽으며 그를 추모하는 시간으로 보내고 싶다.


아디오스, 마르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