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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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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미래] 뻔뻔함과 부끄러움 “노인장! 눈 깜짝할 사이에 개들에게 큰 봉변을 당할 뻔했구려. 그랬다면 그대는 내게 치욕을 안겨주었을 것이오.”(『오뒷세이아』 14권 37~39행) 트로이아 전쟁의 영웅 오뒷세우스는 오랜 방랑 끝에 ‘아무것도 아닌 자’가 되어 귀향한다. 거지꼴을 한 그가 찾은 곳은 고향 이타케 성 외곽에 있는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의 집이다. 그런데 추레한 늙은이가 집 앞을 기웃대자 사나운 사냥개들이 먼저 그에게 달려든다. 에우마이오스가 재빠르게 바깥으로 나왔기에 망정이지, 천하의 오뒷세우스가 개한테 물리는 망신을 살 뻔한 것이다. 그러나 이 일화에서 후세가 기억하는 것은 오뒷세우스의 봉변이 아니다. 보잘것없는 나그네의 고통을 자신의 치욕으로 받아들인 에우마이오스의 환대다. 이 수치심이 윤리의 출발을 이루기 때문이다. ..
길 위에 서자 지혜가 찾아왔다 ― 마리아 베테티니·스테파노 포지 엮음, 『여행, 길 위의 철학』을 읽고 《문화일보》에 쓰는 서평, 이번 주에는 『여행, 길 위의 철학』(책세상, 2017)을 다루었습니다. 여행을 통해서 지혜를 얻었던 철학자들의 삶을 다룬 책입니다. 이탈리아에서 나온 책답게, 이 책에 나오는 여행은 지중해를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정확히 말하면 이 책에 나오는 철학자들은 이탈리아를 지혜의 땅으로 만드는 데 복무합니다. ‘공간인문학’의 측면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국내에서도 이런 기획이 나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길 위에 서자 지혜가 찾아왔다― 마리아 베테티니·스테파노 포지 엮음, 『여행, 길 위의 철학』(천지은 옮김, 책세상, 2017) 철학자들의 여행에 대한 책이지만 여행자들의 철학에 대한 책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때때로 정치적 탄압을 피하거나 개인적 야망을 달성하려는..
뇌과학으로 밝혀낸 인간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뇌과학으로 밝혀낸 인간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지난 4월 5일, 차기정부 출판산업 진흥을 위한 국회 토론회 “책 읽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의 사회를 맡았다. 이 토론회에서 제기된 출판계의 여러 제안들은 정부나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서 시행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토론회에서 서울대 장대익 교수의 발표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독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주로 인문사회적 관점에서 접근해 왔다. 그런데 장 교수의 발표는 진화론에 근거를 둔 것이었다. 독서의 필요성을 과학적으로 잘 해명한 후, 독서를 하는 것이 인류에게 어떤 진화적 필연성을 가져다주었는지를 짧은 시간 동안 잘 설명해 주었다. 발표를 들으면서 읽기에 대한 영감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아래에 장대익 교수의 발표문 「독서력과 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