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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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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위에 쓰인 _ 헤르만 헤세 아름답고 매혹적인 것이 단지 한 번의 입김이고 전율일 뿐이라는 것 값지고 황홀한 것이 잠깐의 우아함이라는 것 구름, 꽃, 비눗방울, 불꽃놀이, 아이들의 웃음, 유리 거울 속 여자의 시선 그리고 많은 경이로운 것들 그것들은 발견되자마자 사라진다는 것 단지 한순간 지속될 뿐이라는 것 그저 향기이며 바람의 흩날림일 뿐이라는 것 아, 슬프게도 우리는 그것을 알고 있다 (중략) ​ 그래, 지고의 아름다움은 사랑스러움은 쇠락하는 것에 끌린다. 가장 값진 것은 언제든 부서질 수 있다. 음악의 소리, 생겨남과 동시에 이미 떠나가고 사라지는 음악의 소리는 그저 흩날리고 흘러가고 뒤늦게 따라가면서 나직한 애도의 기운에 싸여 있다. (중략) ​ 그런 우리에게는 장미 이파리의 이슬이 한 마리 새의 구애가 구름이 희롱하는 죽음..
[TV 책을 보다] 휴가지에서 읽을 책 Best 10에 출연하다(사전 질문지 공개) KBS 텔레비전 ‘TV, 책을 보다’ 여름휴가 특집 1, 2에 출연했습니다. 후배인 강유정, 허희 두 평론가와 개그맨 고영환, 시사평론가 정영진 두 분과 함께 두 주 동안 엄청 즐겁게 녹화했습니다. ‘프로들은 역시 다르네!’ 하는 기분이 들었죠. 김솔희 아나운서가 이끄는 대로 이리 몰리고 저리 옮기다 보니 어느새 한 번에 다섯 권씩 책 열 권을 2시간 만에 모두 이야기해 버렸습니다. 흥미롭고 재미났습니다. 조금은 얼이 빠져서 나중에 방송을 보니 저런 말도 해 버렸구나 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저는 역시 글의 인간인지라, 사전 질문지와는 달리 녹화 중에는 아직도 분위기 타고 엉뚱하게 끌려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래에 목록 열 권과 함께 제가 사전 질문지에 답했던 기록을 남겨둡니다. 수전 손택, 『사진에 관..
편집자, 지적혁명 만들어내는 지성의 프로모터(문화일보 서평) “편집자, 지적혁명 만들어내는 지성의 프로모터” 편집자는 지식 또는 사상의 구조에서 잊힌 좌표로 표시된다. 그것은 근대 출판에서 지적 재산권의 소유자, 즉 사상의 주인을 표시하기 위한 구조적 필연성의 결과이자 주체의 결단, 즉 스스로 대중의 눈밖에 있기를 바랐던 편집자들의 자기규정 탓이다. 근대란 계약을 통해서 움직이는 사회이고, 서명된 이름을 통해서만 온전히 자신을 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책공장 베네치아』와 『사상으로서의 편집자』는 저자의 그림자 뒤에 숨어 있던 존재인 ‘편집자’를 전면으로 호출한다. 물론 두 책의 층위는 다르다. 『책공장 베네치아』는 사학자의 저술답게 자료를 조직해서 베네치아라는 공간에서 일어난 서적과 출판의 역사를 엄밀히 재구성하는 데 치중한 반면, 『사상으로서의 편집자』는 편집..
글쓰기에 대하여(헤르만 헤세) 작가들에게 글쓰기란 언제나 멋지고 흥미진진한 일이다. 그것은 일엽편주에 이야기 한 편을 싣고 바다 한가운데로 나아가는 것 혹은 우주 속에서 홀로 비행하는 것에 비견된다. 적절한 단 어 하나를 찾아내고 가능한 말 세 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면서 동시에 자신이 짓고 있는 문장 전체를 감정과 귀에서 잃지 않는 것, 문장을 다듬고 자신이 선택한 구성 방식을 실현하고 구조물의 나사를 조이면서 동시에 하나의 장 전체 혹은 책 전체의 조화와 균형을 비밀스러운 방식으로 부단히 감정 속에 현전시키는 것. 이 모든 것은 매우 흥미로운 활동이다. ―헤세 올해 열여덟 번째 책은 폴커 미켈스가 편집한 헤르만 헤세의 『화가 헤세』(박민수 옮김, 이레, 2005)이다. 헤세는 문학자로서만이 아니라 화가로서도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