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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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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동에 대하여(문화일보 기고) 《문화일보》에서 기획 연재 중인 「느낌이 있는 ‘신(新) 풍물기행’」에 기고한 글이다. 내 젊음을 보냈던 신사동 거리를 소회와 함께 소개했다. 여기에 옮겨 둔다. 사람에게 고향은 하나가 아니다. 대대로 이어 살아온 조상의 고향이 있고, 몸을 얻어 자란 육체의 고향이 있으며, 밥 한 술 먹다가도 천 겹 감정이 너울지는 영혼의 고향이 있다. 또한 평생 의지해 살아갈 세계관의 틀이 생겨난 정신의 고향이 있고, 밥벌이를 하면서 혼신을 다해서 어른으로 살아간 사회적 고향이 있다. 내 조상의 고향은 충남 홍성군이고, 내 육체의 고향이자 영혼의 고향은 서울시 중구 약수동이며, 내 정신의 고향은 관악산 자락 아래 자하연 옆쪽이거나 녹두거리의 술집들이다. 내 사회적 고향은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이다. 문학만 아는 철없이 ..
이응준 소설집 『밤의 첼로』(민음사, 2013)를 기념하다 이응준 소설집 『밤의 첼로』(민음사, 2013)의 출판을 기념하는 조촐한 술자리가 지난 목요일 밤에 있었다. 해설을 써 준 문학평론가 김미현 선배를 비롯해서 시인 함성호, 정끝별 선배 등이 서울 강남 신사동 회사 근처에 있는 해남집에 모여서 조촐하게 책을 기념했다. 회사의 한국문학 편집자인 김소연, 박혜진 두 사람도 참석했다. 한국문학사에서 아주 보기 드문 형이상학적 관념 미학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이응준의 중단편들은, 이승우와 더불어, 한국어의 넓이와 깊이에 고유한 무늬를 점차 더해 가고 있다. 『밤의 첼로』에 실린 여섯 편의 작품들은 한국인에게 아주 낯선 영토인 신 또는 종교와 죽음의 쌍관성을 탐구하는 정면 대결을 통해 한국어에, 그러니까 한국인에게 신성(神性)을 불어넣고 있다. 한국어는 아직 이런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