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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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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 갓생(God生). ​ 신(God)처럼 완벽해 모범이 되는 삶을 말한다. 갓생을 사는 이들은 한순간도 낭비하지 않고 늘 부지런히 생산적으로 삶을 꾸려 간다. 그 결과는 사회적 성공, 특히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돈이다. ​ 임태우 감독의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에서 처음 이 말을 접했다. ​ ‘항상 최선을 다하는’ 갓생의 열정적 삶은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은’ 드라마 주인공 남금필의 비루한 삶과 대비돼 역설적 긴장을 일으킨다. ​ 40대 중반의 남금필은 진정한 자신을 찾겠다면서 어느 날 갑자기 멀쩡히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운다. 억대 연봉을 버는 웹툰 작가 지망생으로 갓생을 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 아무런 재능도 없고 꾸준한 노력조차 안 하는 그가 과연 두 번째 인생에서는 ..
미생, 재생, 신생, 공생 ― 2014년의 독서 트렌드 읽기 KBS의 ‘TV 책을 보다’ 프로그램 자문위원으로 일하게 되었다. 어제 저녁 첫 모임이 있었는데, 부탁을 받아서 발제 형식으로 2014년의 출판을 미생, 재생, 신생, 공생의 네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 보았다. 여기에 옮겨 둔다. 미생, 재생, 신생, 공생― 2014년의 독서 트렌드 읽기 도서정가제를 이야기하지 않고 2014년 출판을 이야기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모든 서적의 할인율을 정가 대비 15% 이내로 제한한 법이 통과되고, 지난 11월 21일부터 전면 시행됨에 따라 올해 내내 출판사는 출판사대로 최대 90%에 이르는 출혈적 할인으로 재고를 떨어내려 했으며, 독자는 독자대로 정가제 시행 이전에 싼값에 필요한 책을 사 두려 했다. 그에 따라 출판계 전체는 말 그대로 대혼란 상태에서 한 해를 억지로 ..
절각획선(切角劃線) - 2014년 1월 26일(일) 일주일 내내 읽기만 하고 기록할 수는 없었다. 잡다한 일들에 온통 마음이 쏠린 데다 어느 순간 고전의 번역에 시간을 여분의 시간 대부분을 빼앗겼던 탓이다. 그사이 많은 글이 곁을 스쳐 지나갔고, 또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드니 디드로의 『운명론자 자크와 그의 주인』(김희영 옮김, 민음사, 2013), 리쩌허우의 『중국 철학이 등장할 때가 되었는가?』(이유진 옮김, 글항아리, 2013), 앤 스콧의 『오래된 빛』(강경이 옮김, 알마, 2013)에 이어서 손에 든 책들은 정민의 『우리 한시 삼백수』(김영사, 2014), 한병철의 『시간의 향기』(김태환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3),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박철 옮김, 시공사, 2004), 그리고 《기획회의》 360호이다. 정민의 번역은 기지 넘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