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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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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노이로제 한 주에 한 번 쓰는 《매일경제》 칼럼. 이번 주에는 주말병인 ‘일요일 노이로제’에 대해 써 보았습니다. 조금 보충해서 아래에 옮겨 둡니다. 일요일 노이로제 사람들은 흔히 고요함과 지루함을 혼동한다. 고요함은 바깥의 소리가 침묵하는 상태다. 내면의 귀가 일어서 마음의 소리를 좇는 자리다. 생활의 분주함이 가져오는 생각의 엉킨 실을 끊고 온전히 자아에 집중함으로써, 심신에 거름을 붓는 휴식의 시간이다. 고요 안에 깊이 잠길 때, 비로소 우리는 ‘참된 나’와 마주서서 이 삶을 새롭힐 수 있다.지루함은 일이 조용한 상태다. 한없이 몰려들던 일들이 어느새 멈추어 방심한 자리다.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면 좋을……. 그런데 문득, 물음이 몰려든다.‘지금 나는 어디로 가는가?’ ‘이 삶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생각..
‘속도의 편집’이란 무엇인가?(기획회의 기고) 《기획회의》 422호에 기고한 「‘속도의 편집’이란 무엇인가」라는 글입니다. ‘속도의 편집’은 단순히 “책 빨리 내!”라는 말은 아닙니다. 물론 이 부분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세상 변하는 속도 때문에도 그렇습니다. 기획했던 이슈들은 빠르게 낡아서 독자들 관심 밖으로 사라져 버리고, 어느새 새로운 이슈가 등장합니다. 여기에 대응하려면 기획과 출간 사이의 간극을 최소화하는 빠른 속도가 얼마만큼 필요합니다. 하지만 편집과 속도가 만나야 하는 이유는 그 때문만은 아닙니다. 언론이나 방송과 같은 다른 미디어들이 권력이나 자본의 힘에 억눌려 언중에게 전해야 할 바를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할 때, 느린 미디어이자 소수 미디어였던 출판이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1980년대에는 무크라는 형태의 잡지를 통해, 사회과..
고맙다, 그저 고맙다 _영혼에 참된 휴식을 주는 마법의 언어(세계일보) * 세계일보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이것으로 올해의 인사를 대신합니다. 아듀 2015년, 한 해 동안 여러모도 도와주시고 살펴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모두 고맙습니다. 그저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며칠 전 아들한테서 문자가 왔다. 대학에 합격했다고 찍혀 있었다. 초조하고 불안했는데 시름이 탁 놓였다. 삶이 하나의 고비를 넘은 느낌이었다. 순수한 기쁨이 가슴속에서 솟아올랐다. 그 순간, 갑자기, 깨달았다.어머니는 나한테 좋은 일이 있으면 항상 고맙다고 말씀하셨다. 불초자로서 나는 오랫동안 이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때로 낯설고 때로 어색했다. 머리로는 받아들이는데 마음으로는 거리가 있었다. 살면서 아직 그 순간을 제대로 겪어 보지 못한 탓이었다. 그런데 아들의 문자를 몇 번이고 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