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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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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독서 시대 오늘날 글은 읽지만 책은 읽지 않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글 읽기와 책 읽기는 다르다. 비독서는 우리 정신에서 많은 것을 소실시킨다. 책은 관조(theoria) 미디어다. 책은 종합적 분석, 비판적 통찰, 느린 지혜, 섬세한 감각을 주고받으려고 진화한 기계다. 독서는 독특한 읽기 양식을 요구한다. 천천히 읽기(Slow Reading), 능동적 읽기(Active Reading), 꼼꼼히 읽기(Close Reading), 다시 읽기(Re-reading) 등을 충분히 훈련하고, 지속적으로 반복 학습하며, 다양한 상황에 꾸준히 적용해 보지 않으면 우리는 ‘읽을’ 수 없다. 독서는 무척 힘들기 때문에, 일단 비독자가 된 사람 중에 스스로 독자가 된[독자로 되돌아온] 사람은 거의 없다. 인간은 (훈련되기 전에는)..
인공지능시대의 교육에서 손노동이 중요한 진화생물학적 이유 인공지능시대의 교육에서 손노동이 중요한 진화생물학적 이유 어제 서울국제도서전 컨퍼런스에서 안찬수 선배의 지론인 책읽기와 손노동 이야기를 육성으로 들을 기회가 드디어 있었다. 인공지능 시대의 아이들을 위한 교육은 미래의 삶을 위한 기술을 전수하는 것, 즉 책읽기(스스로 문제를 내고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와 손노동(기계가 대체하지 못하는 것, 즉 몸으로 익히는 것)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늘 저녁을 먹고 쉬는 사이, 강석기 선생의 『과학의 위안』(엠아이디, 2017)을 읽다가 「석기의 재조명」이라는 글을 만났다. 도구의 사용은 불의 사용이나 사회적 뇌보다 인류 진화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내용이었다. 미국 에모리 대학교 디르티히 스타우트 교수에 따르면, 보기와는 달리 실제로..
[오래된 독서공동체를 찾아서] <5> ‘아무 책이나 읽을 권리’를 추구합니다 (청주 강강술래) 잠든 거인은 저절로 깨어나지 않는다. 낡은 램프는 내버려두면 낡은 램프일 뿐이다. 알라딘이 낡은 옷소매로 문질러 광을 낸 후에야 거인이 풀려나 소원을 들어줄 수 있었다. 책은 사람 앞에 놓인 램프다. 부지런히 손을 놀리고 눈을 옮기지 않으면, 안에 잠든 거인을 해방시키지 못한다. 도서관은 각종 마법 램프들의 전시장이다. 000번 총류에서 900번 역사에 이르기까지 램프들이 잘 분류된 채로 소원을 들어주려고 알라딘들을 기다리는 중이다.램프에 거인을 잠들게 만든 마법사들은 어떨까. 가끔이라도 램프를 문질러 소원을 빌고는 있는 걸까. 요리사가 집에서 요리를 하는 법은 드물고, 교사가 자식 가르치는 건 어려운 일처럼 이들 역시 자신을 위한 램프 닦기를 힘겨워할까. 책의 프로페셔널, 즉 저자, 편집자, 평론가, ..
편집은 책을 어떻게 바꾸는가 마쓰오카 세이고의 『독서의 신』(김정균 옮김, 추수밭, 2013)을 읽으면서 떠올린 생각 마쓰오카 세이고는 나의 편집에 가장 영향을 끼친 사람 중 하나이다. 나는 그가 쓴 『지식의 편집』(변은숙 옮김, 이학사, 2004)을 통해 비로소 편집적 사고 방법을 익혔고, 간신히 편집의 기술에 입문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전에 나의 편집이 감각적이고 본능적이고 비체계적인 편집이었다면, 마쓰오카 학교에 입교한 이후에는 이성적, 구조적 편집으로 서서히 옮기게 되었다. 그물코출판사의 김수진 편집장한테 내가 『지식의 편집』을 읽어 보라고 권한 후, 내친 김에 한국어로 번역된 마쓰오카의 책을 모두 구입해서 함께 읽고 있다. 이 책은 『지(知)의 편집공학』(박광순 옮김, 지식의숲, 2006), 『만들어진 나라 일본』(이언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