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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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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에 만나 칠순 훌쩍… 책 덕분에 평생 벗으로 살죠 _홍동 할머니독서모임 모임에는 아직도 이름이 없다. 당신들은 이름에 별 뜻을 두지 않아 붙이지 않았다. 매주 목요일 오후 2시에 모여서 책을 읽으니까 한때 ‘목요모임’이라고 불린 적도 있다. 마을 사람들은 그냥 ‘할머니 독서모임’이라고 부른다. ‘홍 사모님’ 이승진 할머니가 말문을 연다.“마흔 살 무렵이었어요. 풀무학교 여선생님들을 중심으로 같이 모여서 책을 읽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곧바로 독서모임이 시작되고, 거기에 슬쩍 끼어들었어요.”이승진 할머니는 학교와 마을을 잇는 거대한 밑그림을 그리고, 평생 그 일에 헌신해 온 풀무학교 홍순명 전 교장의 부인이다. 마을길 옆에는 군데군데 개망초꽃이 한창이다. 흰 꽃잎과 노란 수술이 어울린 것이 수줍어 아름답다. 벼가 뿌리를 내려 선명한 녹색이 올라온 논에는 드문드문 청둥오리..
[오래된 독서공동체를 찾아서] <6> "9년 전 세 친구의 책 선물 나눔… 이젠 커다란 독서모임 됐죠"(보령 책 익는 마을) 프랑스의 소설가 아나이 닌이 말했다. “친구들은 각각 우리 내면에 있는 하나의 세계를 대변한다. 그들이 우리 삶에 도달할 때까지는 태어날 수 없었던 세계들 말이다. 그러므로 오직 만남을 통해서만 새로운 세계가 태어난다.” 과연 친구란 존재 자체가 기적이다. 홀로에서 둘이 되는 순간, 두 사람을 둘러싼 세상은 근본적으로 변혁된다.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삶이 불현듯 도래한다.세 사람이 있었다. 시쳇말로 ‘절친’이었다. 그중 하나가 책을 읽다 친구들한테 선물하고 싶어졌다. 배기찬의 『코리아 다시 생존의 기로에 서다』(위즈덤하우스)였다. 친구들로서는 어른이 되어서 거의 처음 받는 책 선물이었다. 성의가 고마워서, 각자 읽고 나서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다. 한 달이 금세 지나갔다. 약속했기에 모두 ..
[오래된 독서공동체를 찾아서] <5> ‘아무 책이나 읽을 권리’를 추구합니다 (청주 강강술래) 잠든 거인은 저절로 깨어나지 않는다. 낡은 램프는 내버려두면 낡은 램프일 뿐이다. 알라딘이 낡은 옷소매로 문질러 광을 낸 후에야 거인이 풀려나 소원을 들어줄 수 있었다. 책은 사람 앞에 놓인 램프다. 부지런히 손을 놀리고 눈을 옮기지 않으면, 안에 잠든 거인을 해방시키지 못한다. 도서관은 각종 마법 램프들의 전시장이다. 000번 총류에서 900번 역사에 이르기까지 램프들이 잘 분류된 채로 소원을 들어주려고 알라딘들을 기다리는 중이다.램프에 거인을 잠들게 만든 마법사들은 어떨까. 가끔이라도 램프를 문질러 소원을 빌고는 있는 걸까. 요리사가 집에서 요리를 하는 법은 드물고, 교사가 자식 가르치는 건 어려운 일처럼 이들 역시 자신을 위한 램프 닦기를 힘겨워할까. 책의 프로페셔널, 즉 저자, 편집자, 평론가, ..
[오래된 독서공동체를 찾아서] <2> 전주 북세통 "더불어 읽고 놀며 느끼며… 생각하는 시민으로 살고 싶었죠" "더불어 읽고 놀며 느끼며… 생각하는 시민으로 살고 싶었죠"[책, 공동체를 꿈꾸다] 전주 북세통 스무 살, 세 남녀 13년 전 모여 대학 과제물 작성 고민하다"생각 기르려면 꾸준히 독서해야" '교회 오빠' 말 믿고 첫 모임한 해 4~6권 인문사회과학 교양서…사회공동체 속 유기적 인간 고민 스무 살, 세 남녀가 책을 들고 모였다. 막 대학교에 들어가 과제를 하라는데,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몰랐다. 불안하고 답답했다. 다니던 교회의 오빠(?)에게 상의했더니, 글을 잘 쓰려면 먼저 책부터 읽으라고 했다. 별로 책을 즐기지 않았지만, 혹여나 성적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순진하게도 일단 모여 본 것이다. 2003년 이래 열세 해 동안 전주 평화동 골목을 책으로 지켜 온 독서공동체 북세통(책으로 세상과 소통하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