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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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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은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어제 한국출판연구소가 주최한 제69회 출판 포럼에서 발표한 글이다. 발표 후 참석자 간 자유 토론이 있다고 해서 조금 긴장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토론은 없었다. 김종수 소장님의 반론 아닌 반론(!)이 있었을 뿐. 나의 관심사는 콘텐츠 비즈니스로서 출판이 어떻게 변해 갈 것인가를 징후적으로 읽어 보려는 것이었다. 현재 출판계에서 시도 중인 몇몇 사례를 중심으로 출판을 다시 상상해 보는 것이었다. 물론 출판의 기초 콘텐츠 전략은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이다. 좋은 저자를 발굴하고 책을 잘 만들어서 독자와 만나게 하는 것, 이것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글은 그 기본 콘텐츠 전략을 바탕으로 최근 출판계에서 시도되고 있는 새로운 실천들을 징후적으로 읽어 보려는 마음에서 쓴 것이다. 앞으로 출..
비재(非在)들을 위한 점멸 화법 ― 조해진, 『아무도 보지 못한 숲』(민음사, 2013)을 읽고 여수는 물은 아름답고 사람은 넉넉했으며 음식은 맛있었다. 장어를 샤브샤브로 살짝 데쳐서 먹는 하모 유비키는 혀에 닿자 녹아 내렸고, 갓김치는 이에서 사각대더니 알싸한 맛을 정수리까지 전달했으며, 군평선이(금풍생이)와 서대 구이는 쫀득하게 씹히면서도 고소해서 자꾸 젓가락이 갔다. 갯벌에서 잡힌 각종 해물들을 한 상에 크게 차려 내는 갯것정식은 다채롭고 화려하고 신선했으며, 사이사이 각종 무침들과 맛 깊은 묵은지들은 밥을 불러들였다. 지난 겨울에 갔던 목포가 전라우도 음식의 극이라면, 올 여름 여수는 전라좌도 음식의 절정이었다. 지난 주말부터 어제 저녁까지 사흘에 걸쳐 여수에 다녀오느라 전혀 글을 쓸 여유가 없었다. 회사 갔다가 돌아와 잠들기 전에 잠시 짬을 내서 지난주에 읽었던 조해진 장편소설 『아무도 보..
수면 기계 속의 이상하고 아름다운 세계 ― 강성은 시집 『단지 조금 이상한』(문학과지성사, 2013)을 읽다 강성은의 두 번째 시집을 읽으면서 작은 글을 하나 쓰고 싶어졌다. 하지만 주중에는 전혀 틈을 낼 수 없었는데, 오늘밤 잠시 틈을 내어 글을 하나 쓸 수 있게 되었다. 읽으면서 순간순간 메모해 둔 것들을 이어붙인 것이라서 미숙하다. 하지만 즐겁다. 읽고 쓴다, 읽고 쓴다, 읽고 쓴다. 이 반복은 얼마나 즐거운가. 다른 수많은 반복들에 비하여 얼마나 기쁜가. 그 기쁨을 다시 반복하기 위해 여기에 올려 둔다. 수면 기계 속의 이상하고 아름다운 세계 ― 강성은 시집 『단지 조금 이상한』(문학과지성사, 2013)을 읽다 1 이상한 일이다. 나는 강성은의 첫 시집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창비, 2009)를 읽었을 때, 전혀 '잠'에 대해 의식하지 못했다. 이상한 일이다. 분명히 제목에 ‘잠’이라고 적혀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