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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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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서평] 동물원에서 인간과 역사를 성찰하다 _나디아 허의 『동물원 기행』(어크로스, 2016) 이번 주에 읽은 책은 대만의 소설가 나디아 허의 『동물원 기행』(남혜선 옮김, 어크로스, 2016)입니다. 동물원의 역사를 통해, 동물과 인간이 맺어온 관계를 탐색하는 책입니다. 동물원 마니아로서 기회 닿으면 이런 기행을 다녀서 글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러웠다는 뜻입니다. 지면 관계상 조금 줄여서 실렸기에, 아래에 《문화일보》 서평을 원본대로 옮겨 둡니다. 아름다운 문체로 쓰인 글을 읽으면 언제나 질투부터 난다. 특별히 그 문체가 풍요로운 지식과 신선한 감각과 예리한 통찰을 한꺼번에 견디려고 이룩된 것일 때에는 속에서 불이 솟는 기분이 든다. 거기다 나이까지 나보다 어리면 신진을 만난 기쁨과 헛삶에 대한 슬픔이 섞이면서 만감을 불러일으킨다. 대만의 젊은 소설가 나디아 허의 『동물원 기행』..
가라타니 고진의 『자연과 인간』(조영일 옮김, 도서출판 b, 2013)을 읽다 1내가 가라타니 고진의 책을 처음으로 접한 것은 미국의 콜롬비아대학교 출판부에서 나온 『일본 근대문학의 기원』의 영문판이었다. 프레드릭 제임슨의 서문이 붙은 이 책을 읽고 나는 적잖은 흥분을 느꼈다. 그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하나는 내 문학적 스승 중 한 분인 김윤식 교수의 연구를 지탱하는 이론적 기둥 하나를 보았다는 점이고(일본으로만 한정하면 고바야시 히데오에서 에토 준으로, 에토 준에서 가라타니 고진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은 김윤식의 『내가 읽고 만난 일본』(그린비, 2012)에 자세히 그려져 있다.) 다른 하나는 그의 논의가 날로 지지부진해져 가고 있는 한국문학 연구의 한 탈출구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였다는 점이다.오로지 이 감각에만 의존해 나는 1970년대 이후 오랫동안 끊어졌던 일본 지성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