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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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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칼더 전시회(리움미술관, 2013)를 다녀오다 1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났다. 딸아이와 함께 한남동 리움 미술관에서 알렉산더 칼더의 전시회를 구경하고 온 지도. 느낌은 점점 희미해지고 기억은 갈수록 사라져만 간다. 문자 중독자로 오래 살아온 탓인지 그림이나 사건이 주는 어떤 시각적 충격도 문자화하지 않으면 두 달도 못 가서 고스란히 증발해 버린다. 본래는 다른 글을 쓰려고 앉았지만, 컴퓨터 옆 독서대에 칼더 전시회 브로셔가 놓여서 재촉하는 바람에 전시장 메모들을 급히 정리해 글을 올린다.전시회 브로셔에 따르면, “알렉산더 칼더(1898~1976)는 움직이는 조각, 모빌을 창조하여 현대 조각의 혁신을 이끌었다. (중략) 그는 1920년대에 파리에 머물면서 몬드리안과 미로, 뒤샹, 아르프 등 당시 파리 미술계를 이끌던 작가들과 교류하며 추상 미술과 초현실..
슈타이들조차 책을 만드는 데에는 편집자가 필요하다 슈타이들조차 책을 만드는 데에는 편집자가 필요하다― 대림미술관의 슈타이들 전시회를 다녀와서 전시회 관람을 그 자리에서 끝내는 것은 대개의 경우 무척 어리석은 일이기 쉽다. 물론 현장의 생생함이 만들어 내는 활기 찬 리듬, 눈을 사로잡는 강렬한 색채와 그들을 빚어 내는 공간의 놀라운 조화를 전적으로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현장의 인상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지는 법이라서 며칠 또는 몇 주의 시간이 지나면 메모 몇 줄과 머릿속에서 공명하는 몇 덩이 생각들로 약화된다. 윤곽선은 희미해지고 느낌은 잔잔해진다. 현장의 감격은 사라지고 냉냉한 분석만이 남는다. 그러나 나는 또 알고 있다. 인상이란 우리를 속이기 쉽다는 것을, 진정한 전시회는 도록을 읽는 육체 노동과 사색의 시간을 며칠 또는 몇 주 동안 필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