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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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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에 만나 칠순 훌쩍… 책 덕분에 평생 벗으로 살죠 _홍동 할머니독서모임 모임에는 아직도 이름이 없다. 당신들은 이름에 별 뜻을 두지 않아 붙이지 않았다. 매주 목요일 오후 2시에 모여서 책을 읽으니까 한때 ‘목요모임’이라고 불린 적도 있다. 마을 사람들은 그냥 ‘할머니 독서모임’이라고 부른다. ‘홍 사모님’ 이승진 할머니가 말문을 연다.“마흔 살 무렵이었어요. 풀무학교 여선생님들을 중심으로 같이 모여서 책을 읽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곧바로 독서모임이 시작되고, 거기에 슬쩍 끼어들었어요.”이승진 할머니는 학교와 마을을 잇는 거대한 밑그림을 그리고, 평생 그 일에 헌신해 온 풀무학교 홍순명 전 교장의 부인이다. 마을길 옆에는 군데군데 개망초꽃이 한창이다. 흰 꽃잎과 노란 수술이 어울린 것이 수줍어 아름답다. 벼가 뿌리를 내려 선명한 녹색이 올라온 논에는 드문드문 청둥오리..
책과 사람을 연결하라 (한국일보 기고문) 신년 《한국일보》 출판면에 기고한 글이다. 요즈음 나의 관심사는 ‘연결성’의 확보를 통해 “비독자를 독자로 만드는 실천”이다. 다매체 경쟁 시대에는 책을 읽어야 한다는 당위만으로는 더 이상 독자를 만들기 힘들다. 지난 십여 년 동안 전 세계 출판계에서 일어난 일이 이를 증명한다. 출판이 앞으로도 생존해 번영하기 위해서는 책과 인간을 연결하는 매력적인 출판 실천들을 통해 비독자를 꾸준히 독자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출판계의 화두로 삼으려고 제안한 글이다. 책과 사람을 연결하라 “캄캄한 밤에도 노래는 있는가?” 어느 날, 독일의 시인 브레히트의 귓가에 갑자기 질문 하나가 던져진다. 시대는 절망이다. 파시스트들은 갈수록 세력을 넓혀가고, 사람들은 사적 대화조차 감시 당하고, 직장에서 거리로 내몰렸다가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