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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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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공동체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 같이 읽고 함께 사는 삶을 찾아서 독자를 만나고 싶다 독자들을 실감하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였다. 편집자들은 솔직히 말하면 독자를 잘 모른다. 편집자로 일한 시간이 오래될수록 이 격절, 독자로부터의 소외는 심해진다. 때때로 저자 강연회, 사인회, 애독자 모임 등에서 독자를 만나기도 하지만, 관계자 입장이니 선뜻 속마음을 듣기가 어렵다. 독자들은 늘 저 너머에 있다. 책은 분명히 독자들한테 가 닿지만, 독자들은 항상 모니터 건너편이나 판매부수 이면에 흔적으로 존재한다. 편집자는 스스로 자기 분야 책들의 독자가 됨으로써 소외를 극복하려 애쓰지만, 어느 순간 가상과 실재 사이의 격차가 섬뜩할 정도로 벌어지곤 한다. 자신이 읽고 싶은 책과 독자가 읽으려는 책이 천만리 멀어지는 것이다. 나가던 책이 안 나가고, 팔리던 책들이 줄어든다. 초판 ..
죽음 앞에 선 청년 의사,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다 _폴 칼라니티의 『숨결이 바람 될 때』를 읽고 중국도서전에 갔을 때 가져가서 읽었던 책입니다. 아주 감동 깊게 읽었습니다. 이번 주에 조금 바빠서 시간을 내지 못하다가, 오후에 잠깐 짬을 내서 느낌을 옮겨 보았습니다. 암 선고를 받고 죽음과 대면하고도, 조금도 좌절하지 않고 용기를 내어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으려 했던 한 청년 의사의 마지막 나날이 아름다운 문체로 감동적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죽음 앞에 선 청년 의사,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다폴 칼라니티, 『숨결이 바람 될 때』(이종인 옮김, 흐름출판, 2016)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슬픔과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기쁨을 함께 주는 책을 만나는 것은 행운이다. 게다가 그 책이 아름다운 문장과 단단한 인식이 어우러져 읽는 즐거움마저 더한다면 바랄 나위 없다. 일상의 덧없음이 세월을 좀..
소설의 진짜 재미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동아일보 인터뷰) 역시 한 달 전쯤 《동아일보》 김지영 기자랑 인터뷰를 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서 수다도 떨었습니다. 노벨문학상 발표를 앞두고 있어서인지 그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한국문학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어쨌든 북21에서 한국소설의 표지를 분석해서 낸 보고서 내용은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내용 자체의 깊이도 깊이이지만, 이런 시도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독자들은 소설에서 재미와 의미를 함께 얻고자 하는데 한국 소설의 홍보 문구들은 재미는 빼고 의미에 대해서만 얘기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소설 카피뿐 아니라 한국 소설의 엄숙한 내용을 아우르는 지적임은 물론이다. 오해가 조금 있을까 봐 덧붙여 둡니다. 소설 자체가 ‘의미를 향한 강박’을 갖..
책에 대하여(롤랑 바르트) 문득 바르트 책을 꺼내 아무 곳이나 펼쳐 읽다가 마주친 한 구절. 밑줄이 선명하다. 언제, 그어둔 것일까?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내 욕망만은 선연하다. 나는 읽기를 통해 인생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읽는 자로서의 인생. 그게 다였다. 정말 이게 내가 바라는 모든 것이었다. “책은 의미를 창조하고, 의미는 인생을 창조한다.” ―롤랑 바르트, 『텍스트의 즐거움』에서 아래는 오래전 장석주 선생이 쓴 『일상의 인문학』(민음사, 2012)에서 밑줄 친 구절들인데, 모두 바르트의 것이다. 함께 여기에 옮겨 둔다. “그의 텍스트로부터 와서 우리 생 속에 들어가는 저자는 통일된 단위가 없다. 그는 간단히 복수적인 ‘매력들’이며, 몇몇 가냘픈 세부사항의 장소이고, 그럼에도 싱싱한 소설적 광휘의 근원이며, 다정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