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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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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윤리, 권력 저널리스트가 규범으로 삼고 따르는 것은 공동체의 도덕이나 국익이 아니라 더욱 큰 ‘윤리’이며 자기 내면의 ‘정의’입니다.(이는 ‘사회 정의’와도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이를 ‘공공성’이라 부릅니다. (중략) 서로의 가치관이 대립하는 권력과 미디어의 관계야말로 공동체에는 건전한 형태이며, 개인에게도 자기 자신과 그가 속한 사회를 늘 상대화해서 생각하는 시선의 확보라는 측면에서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저널리스트는 권력자와 거리를 둬야 합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작은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 이지수 옮김(바다출판사, 2021) 중에서 ===== 이렇답니다. 이 책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짤막한 글들과 대담을 모은 에세이집이다. 영화를 통해 억압된 이들의 목소리를 들려 주려고 늘 애썼던 고레에다 감독..
깨어난 인간은 자기 내부에서 힘을 발견한다 _카렌 암스트롱의 『스스로 깨어난 자 붓다』(정영목 옮김, 푸른숲, 2003) 카렌 암스트롱의 『스스로 깨어난 자 붓다』(정영목 옮김, 푸른숲, 2003)를 다시 읽었습니다. 읽을 때마다 거룩한 삶에 대한 갈망이 내면에서 더욱 크게 솟는 것을 느낍니다. 나이 들수록 하루하루가 헛헛해지는 이 기분은 늙고 병들어 죽는 날이 다가오는 것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 탓일까요. 아아, 마음에 고요한 중심이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내면에서 일어선 힘으로 이 무의미한 자아의 바깥으로 나갈 출구가 보이기를 바랍니다. 이 책이야말로 언젠가, 독서 모임을 이루어, 같이 읽고 싶습니다. 붓다는 인간이 되는 새로운 방법을 찾으려고 했다. (25쪽) 괴로움이라는 현실의 침입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영적 삶은 시작도 할 수 없다. 그 현실이 우리 존재 전체에 완전히 스며들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우리 마음에 들지..
절각획선(切角劃線) - 2014년 1월 16일(목) 절각획선(切角劃線)은 책장의 귀를 접고 밑줄을 긋다는 뜻으로 리쩌허우가 쓴 글 제목에서 가져온 말이다. 이는 책의 핵심을 파악하려면 직접 몸을 움직여 체험하고 힘써 실천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말을 읽기의 금언으로 삼아 매일의 기록을 남긴다. 그러고 보면 옛 선인들은 매일 읽은 것을 옮겨 적고, 나중에 이를 모아서 편집하여 하나의 책을 만듦으로써 읽기에 대한 경의를 표함과 동시에 그로써 새로운 지혜를 축적하고 표명했다. 이 기록이 언젠가 그 끝자락에라도 닿기를 바라면서. (1) 리쩌허우, 『중국철학이 등장할 때가 되었는가?』(이유진 옮김, 글항아리, 2013) 중에서 ― “개량이 필요하고 혁명은 필요 없다”고 주장하면서 중국 현대화의 ‘4가지 순서’를 내놓았다. 즉 경제 발전, 개인의 자유, 사회 정의,..
가라타니 고진의 『자연과 인간』(조영일 옮김, 도서출판 b, 2013)을 읽다 1내가 가라타니 고진의 책을 처음으로 접한 것은 미국의 콜롬비아대학교 출판부에서 나온 『일본 근대문학의 기원』의 영문판이었다. 프레드릭 제임슨의 서문이 붙은 이 책을 읽고 나는 적잖은 흥분을 느꼈다. 그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하나는 내 문학적 스승 중 한 분인 김윤식 교수의 연구를 지탱하는 이론적 기둥 하나를 보았다는 점이고(일본으로만 한정하면 고바야시 히데오에서 에토 준으로, 에토 준에서 가라타니 고진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은 김윤식의 『내가 읽고 만난 일본』(그린비, 2012)에 자세히 그려져 있다.) 다른 하나는 그의 논의가 날로 지지부진해져 가고 있는 한국문학 연구의 한 탈출구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였다는 점이다.오로지 이 감각에만 의존해 나는 1970년대 이후 오랫동안 끊어졌던 일본 지성사를..
정치와 윤리에 대하여 “마주하게 되는 고난과 시련을 두려워하지 말라. 당당히 맞서야 마음이 강해지고 끈기가 생겨나 이전에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해낼 수 있다.” (효종) 1 김준태의 『군주의 조건』(민음사, 2013)을 읽다. 김준태는 조선 시대 정치 사상을 연구하는 젊은 정치학자인데, 사상 자체가 아니라 경세(經世)에 관심을 둔 특이한 사람이다. 요컨대 하륜, 조준, 황희, 이준경, 김육 등 사상의 길에는 작은 빛을 남겼으나 현실의 도로에는 굵은 자취를 남긴 재상들을 연구한다. 그리고 조선의 왕들을 정치가로서, 행정가로서 들여다본다. 이번 책은 후자의 결과인 셈이다. 2 이 책을 읽다가 문득 다시 깨달았다. 인간을 뜨겁게 만들고 심지어 목숨조차 걸도록 만드는 것은 윤리가 아니라 사실 정치였다는 것을, 윤리는 정치의 출발점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