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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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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독성에 대하여 ― 《기획회의》 352호(2013. 9. 20)를 읽고 도저히 글을 쓸 만한 틈을 낼 수가 없어 블로그에 소홀해졌다. 잠깐 숨을 돌려 그동안 읽었던 책들을 메모해 두려고 한다.《기획회의》야 늘 오자마자 그 자리에 읽어 치우는 편이지만, 352호에 실린 글들을 읽다가 밑줄 그어 둔 구절들을 정리할 마음을 품은 것은 평소에 고민해 왔던 ‘읽기 공동체’와 ‘가독성’ 문제를 다룬 글들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1신기수의 여는 글 「각자도생을 넘어 학습 연대로」는 흥미로운 글이다. 평소에 출판의 뿌리는 읽기 공동체에 있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현재 20대 청년층을 중심으로 급속히 진행 중인 읽기 공동체의 해체를 막아 내지 않고는 출판은 후속 세대를 확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장차 그 인간적 기반마저 상실하고 말 것이다. 더 나아가서 책이 그 안에 품고 있는 인간..
보드리야르, 『사라짐에 대하여』(민음사, 2012) 보드리야르의 유작 『사라짐에 대하여』가 나왔다. 작은 책이지만 쉽지 않은 내용과 디자인 때문에 편집하는 후배와 디자인하는 후배 둘이 오랫동안 공들여 만들어, 내용과 디자인이 어우러지는 좋은 책을 만들어 냈다. 사라짐에 대하여 미디어와 가상 현실, 네트워크의 시대가 도래하자 사람들은 현실성 살해에 대해 지겹도록 떠들었다. 반면 현실이 언제부터 존재했느나는 충분히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런데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우리는 실제 세상이 근대에 이르러, 그 세상을 변형하고자 하는 결심과 함께 시작되었음을 알게 된다. (중략) 인간이 세상을 분석하고 변형하려고 하면서, 세상과 작별하고, 동시에 세상에 현실성의 힘을 준 순간이다. 따라서 우리는, 역설적으로, 실제 세상이 존재하기 시작한 바로 그 순간부터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