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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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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새벽 숲길을 거닐며 평명(平明).어둠 속, 흙으로 맨발을 푸는 순간, 이 말이 떠올랐다. 새벽을 나타내는 말이다. 평(平)은 평평하고, 평화롭고, 평온하고, 평등하다. 명(明)은 밝고, 맑고, 환하고, 깨끗하다. 어떻게 조합해도 아름답다. 온 세상이 골고루 빛으로 차오르는 때, 소나무 청량한 향기가 사방으로 가득하다. 콩잎이 바람에 스륵스륵 소리를 낸다. 이슬을 흠뻑 덮어쓰고도 귀뚜라미는 씩씩하고 우렁차게 노래한다.“뭐가 쓸쓸해? 뭐가 쓸쓸해? 뭐가?! 뭐가?! 뭐가?!”(황인숙, 「가을밤 2」) 아아, 정말 쓸쓸하구나. 처음 물음표 둘은 즐거운 반문이지만, 뒤쪽 물음느낌표 셋은 어쩌면 쓰디쓴 울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름은 아직 물러서지 않았고 가을은 미처 이르지 않았으니, 바람이 불어도 쓸쓸하지 않고 소름이 돋아도 여..
[시골마을에서 한시를 읽다] 맹호연(孟浩然)의 대우사 의공의 선방에 부쳐서(大禹寺義公禪房) 대우사(大禹寺) 의공(義公)의 선방(禪房)에 부쳐서 맹호연(孟浩然, 689~740) 저녁놀에 연이어 내리는 비는 촉촉하고,맑디맑은 푸름은 뜨락 그늘에 떨어지네.연꽃의 맑음을 바라보고 있노라니,바야흐로 알겠네, 물들지 않은 마음을. 題大禹寺義公禪房 夕陽連雨足,空翠落庭陰.看取蓮花淨,方知不染心. 개인적으로 저는 맹호연의 시를 좋아합니다. 양양(襄陽) 사람으로 젊은 날에는 녹문산(鹿門山)에 은거하여 공부를 닦았고, 마흔 살쯤에 장안으로 나와서 출세하려 했으나 과거에는 낙방했습니다. 하지만 시로써 이름을 날리면서 장구령(張九齡), 왕유(王維) 등과 어울렸습니다. 그의 시는 자연을 벗 삼아 세속에 물들지 않으려는 높고 맑은 뜻을 품고 있습니다. 오늘날에 와서도 표현이 아직 참신한 부분이 많아 읽는 기쁨을 줍니다.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