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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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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움에 지치면서 읽은 책 ― 김혜형의 『자연에서 읽다』(낮은산, 2017) 부러움에 지치면서 읽은 책― 김혜형의 『자연에서 읽다』(낮은산, 2017) 하루 종일 논물 위에 엎드려 피를 뽑으며 생각했어요. 밥이 내 입으로 들어올 때 이젠 이 모든 것들이 오버랩 될 거야, 하고요. 갓 발아한 볍씨, 연둣빛 모판, 발가락 사이로 감겨드는 논흙의 감촉, 흙때 낀 손톱, 끊어질 듯한 허리, 햇빛에 반짝이는 수면, 논둑을 걷는 아이들의 물그림자……. 체감의 영역으로 들어온 것들은 쉽게 망각되지 않습니다. (중략) 머릿속으로 아는 것의 뿌리는 참 얕아서, 알았다고 생각한 것이 사실은 모르는 것일 수 있겠구나 싶어요. 내가 보는 세상의 피상성, 상투화가 은폐하는 삶의 세부, ‘안다’는 생각이 일으키는 착시와 결여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부러움에 지치면서 읽는 책이 있다. 김혜형의 『자연에서 읽..
[연암집을 읽다] 열매와 꽃 무릇 군자는 화려한 꽃을 싫어하니 무슨 까닭인가.꽃이 크다고 해서 반드시 그 열매를 맺지는 않으니 모란과 작약이 그렇다.모과 꽃은 목련에 미치지 못하고, 연밥은 대추나 밤과 같지 않다.박에 꽃이 달리더라도, 보잘것없고 못생겨서 다른 꽃과 함께 봄을 아름답게 하지 못하지만 박 넝쿨은 멀고 또 길게 뻗어 나간다. 박 한 덩이는 크기가 여덟 식구를 먹이는 데 충분하고, 박씨 한 묶음은 밭 백 이랑을 덮기에 충분하다. 또한 박을 타서 그릇을 만들면 곡식 몇 말을 가득 채울 만하다. 그러므로 꽃과 열매를 똑같이 여기는 것은 도대체 무슨 까닭이란 말인가.―「이자후(李子厚)의 아들을 위한 시축(詩軸, 시 적은 두루마리)의 서문」 夫君子之惡夫華, 何也. 華大者, 未必有其實, 牡丹芍藥是也. 木瓜之花. 不及木蓮. 菡萏之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