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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명문

[연암집을 읽다] 열매와 꽃





무릇 군자는 화려한 꽃을 싫어하니 무슨 까닭인가.

꽃이 크다고 해서 반드시 그 열매를 맺지는 않으니 모란과 작약이 그렇다.

모과 꽃은 목련에 미치지 못하고, 연밥은 대추나 밤과 같지 않다.

박에 꽃이 달리더라도, 보잘것없고 못생겨서 다른 꽃과 함께 봄을 아름답게 하지 못하지만 박 넝쿨은 멀고 또 길게 뻗어 나간다. 

박 한 덩이는 크기가 여덟 식구를 먹이는 데 충분하고, 박씨 한 묶음은 밭 백 이랑을 덮기에 충분하다. 

또한 박을 타서 그릇을 만들면 곡식 몇 말을 가득 채울 만하다. 

그러므로 꽃과 열매를 똑같이 여기는 것은 도대체 무슨 까닭이란 말인가.

―「이자후(李子厚)의 아들을 위한 시축(詩軸, 시 적은 두루마리)의 서문」


夫君子之惡夫華, 何也. 華大者, 未必有其實, 牡丹芍藥是也. 木瓜之花. 不及木蓮. 菡萏之實. 不如棗栗. 至若瓠蓏之有花也, 尤微且陋, 不能列群芳而媚三春, 然其引蔓也遠而長. 其一顆之碩, 足以供八口. 其一窩之犀, 足以蔭百畝. 刳以爲器, 則可以盛數斗之粟. 其於華若實. 顧何如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