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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문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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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랑한다, 남편과 남자친구 모두를 동시에 죽을 때까지 이성 한 사람만 사랑하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이 시대 사랑의 통념을 의심, 철학자 자기 경험으로 풀어내 “내 남자친구의 아파트를 나와서 남편과 같이 사는 우리 집으로 걸어가는 아침이면, 이 시대와 장소에서 흔히 이해하는 로맨틱한 사랑의 방식과 나 자신의 로맨틱한 사랑 경험 사이에 존재하는 괴리에 대해 이따금 생각에 빠지곤 한다.” 『사랑학 개론』(여문책, 2019)의 첫 쪽에 나오는 문장이다. ‘어쩔 수 없이’ 불편한 마음과 함께 도발적 호기심이……. 저자 케리 젠킨스는 철학자. 러셀과 비트겐슈타인의 분석철학 전통이 엄연한 케임브리지 트리니티칼리지에서 공부했고, 현재 브리티시콜럼비아대학교 철학 교수다. ‘탐구된 고백’은 철학의 전통에 속한다. 고대에서 중세로,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시기..
여행, 살아서 겪는 죽음 《중앙선데이》에 한 달에 한 번 쓰는 칼럼입니다. 이번에는 다가올 휴가철을 맞아서 ‘여행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호메로스에 따르면, 최고의 여행은 카타바시스, 즉 저승여행입니다. 살아서 죽음을 겪는 것, 산고를 겪고 여자가 되어 돌아오는 것입니다. 조금 보충했습니다. 여행, 살아서 겪는 죽음 소년은 불우했다. 어머니는 죽고, 아버지는 떠났다. 숙부네 집에 얹혀살면서 인쇄 견습공 일을 하던 소년은 열여섯 살 때 처음 여행을 한다. 순간적인 충동이었다. 친구들과 놀다 돌아오는데 성문이 닫혀 있었을 뿐이다.“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라.”야훼의 명령을 받고 기꺼이 집을 나선 아브라함처럼, 어떤 운명을 느낀 소년은 숙부의 집으로 돌아가는 대신에 그대로 몸을 돌려 길을 떠난다. 며칠 동안 제네바 성 주변..
한 걸음 앞으로, 영원한 혁명을 향하여 ― 사사키 아타루의『제자리걸음을 멈추고』를 읽다 지난 한 달, 사사키 아타루의 『제자리걸음을 멈추고』(김소운 옮김, 여문책, 2017)를 틈을 내서 두 번 읽었다. 마음에 드는 책은 어쩔 수 없이 그럴 수밖에 없다. 사사키 아타루의 말처럼, 끌리는 책은 “마지막 장까지 읽자마자 서두로 되돌아가서 한 구절을 읽는” 식으로밖에 접근할 수 없으니까. 이 영감 넘치는 책에 대한 작은 글을 적어 아래에 옮겨 둔다. 한 걸음 앞으로, 혁명을 향하여사사키 아타루, 『제자리걸음을 멈추고』(김소운 옮김, 여문책, 2017)를 읽고 여러분, 소리 높여 말하세요. 지금 잃어버리고 있는, 있어야 할 대학이 무엇인지를. 그것은 좋은 교양주의이며 연구와 교육의 일치다, 즉 전공만이 아니라 전 인격을 도야하는 지(知)의 집단적 행위이며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대학의 자치이고..